“2시간 만에 식도에 출혈·화상”…건전지 삼킨 아기 ‘헬기 긴급 이송’

생후 9개월 된 아기의 몸에 들어간 리튬 건전지(왼쪽)와 관련 검사 엑스레이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리튬 건전지를 삼킨 생후 9개월 아기가 소방헬기를 타고 전북에서 부산까지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동전형 리튬 건전지는 삼켜도 초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지나치기 쉽지만 식도 등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2일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낮 12시쯤 전북에 거주하는 생후 9개월 남아가 카시트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중 지름 12㎜ 크기의 동전형 리튬 건전지를 삼켰다.

아기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응급내시경 치료가 어려워 전원이 필요했다. 특히 사흘간의 연휴로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원 요청을 받은 부산백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환자 수용을 결정했다. 아기는 전북119항공대 소방헬기로 부산까지 이송된 뒤 동서대학교 운동장에서 구급차로 옮겨져 오후 3시30분쯤 부산백병원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응급내시경을 시행해 아기의 위에 있던 리튬 건전지를 제거했다. 아기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시경 시술을 담당한 유승정 소화기내과 교수는 “배터리가 위에 머물러 있었고 다행히 부식이 많이 진행되지 않아 큰 문제 없이 제거할 수 있었다”며 “삼킨 뒤 증상이 없거나 건전지가 2㎝보다 작더라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리튬 동전 건전지 삼킨 아동 41%, 출혈·홍반·궤양 관찰


동전형 리튬 건전지를 삼킨 지 5일 지난 아이의 식도가 손상된 모습. [소아청소년과학회 ]


이처럼 응급 대응이 중요한 이유는 동전형 리튬 건전지의 특성 때문이다. 리튬 건전지는 수명이 길어 활용도가 높지만 전압이 알카라인보다 두 배 높아 장기에 손상을 주기 쉽다. 식도나 위, 십이지장까지 넘어가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심정옥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소화기영양학과 교수가 2021년 이물질을 삼킨 평균 3.1세 아동 76명을 조사한 결과, 동전(22.4%, 17건)에 이어 동전형 리튬 건전지(15.8%, 12건)가 두 번째로 많았다. 이 가운데 삼킨 뒤 증상과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것도 리튬 동전 건전지였다.

연구 결과 리튬 동전 건전지를 삼킨 아동의 41%에서 출혈, 홍반, 궤양 등 합병증이 관찰됐다. 식도 위쪽 괄약근에 리튬 동전 건전지가 박힌 한 아이의 경우 삼킨 지 2시간 이내에 제거 조치를 취했음에도 출혈이 심했으며 점막에 화상을 입어 결국 깊은 궤양이 생겼다.

심 교수는 “특히 영유아의 식도에 걸렸다면 즉각 내시경으로 제거해야 하는 응급상황”이라며 “인지하는 즉시 응급실로 데려가 X선을 찍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