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새 100년 넘은 골프장 나무 500그루 싹둑…트럼프 행정부에 판사가 분노한 이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지난 8월 ‘LIV 골프 뉴욕’ 대회가 열렸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급 골프장으로의 재개발을 추진해 소송이 벌어진 워싱턴DC의 공공골프장에서 제대로 된 사전통지 없이 나무 수백그루를 벌목해 법원에서도 판사가 격분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의 골프장은 워싱턴DC의 이스트포토맥 골프장으로,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꼽혀, 주민들에게 사랑받아온 공공골프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골프장을 재개발해, 유명 골프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 만한 고급 골프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이에 워싱턴DC의 역사적 건축물과 공공 공간 보존을 추구하는 시민단체가 이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지난 2월 제기했다.

사건을 맡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애나 레예스 판사는 지난 5월 정부 측에 골프장에서 공사를 할 때는 사전통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내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벌목 계획을 알린 후 토요일인 다음날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내무부는 벌목이 골프장 개조와는 무관한 골프장 유지 보수 작업이라고 주장하면서 주말새 500그루의 나무를 잘라냈다.

이에 레예스 판사는 12일(현지시간) 벌목을 중단시키고 긴급 심리를 열어 트럼프 행정부를 질타했다. 레예스 판사는 “분노와 격분을 넘어 정부에 너무나 실망했다”면서 벌목 작업 착수를 하루도 남겨놓지 않고 통보한 것은 신뢰를 잃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부 측 대리인이 “통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하자 레예스 판사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최악의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일갈했다.

제대로 사전 통지를 하라는 법원의 당부를 사실상 무시하고 주말을 기해 사실상 기습적으로 벌목을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판사가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격노한 것이다.

골프광으로도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전세계 각지에 골프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다. 재집권 후에는 워싱턴DC 곳곳 개조에 나서면서 줄지어 소송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