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538번 사고팔아 ‘-19%’…초파리는 3번 매매해서 ‘+3%’ 수익?, 알고 보니 [초파리 트레이더]

초파리 트레이더 (3) 모의투자 결과 AI·초파리 성적 정반대

초파리 뇌 전체의 배선도가 공개되면서 PC 안에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보는 시도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상 초파리에게 게임시키거나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헤럴드경제는 기자가 공개된 초파리 뇌를 바탕으로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차례로 싣는다. 매매는 모두 모의 거래로 진행했으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AI 생성 이미지]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AI에게 비트코인 매매를 맡기자 나흘 동안 584번 사고팔아 19.1%를 잃었다. 같은 시기 가상 초파리 뇌에 맡긴 매매는 14일 동안 3번에 그쳤지만 3.16%의 수익을 냈고,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매수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유한 경우보다도 2.2%P 높았다.

헤럴드경제가 사용한 가상 초파리 뇌는 2024년 과학자들이 완성한 초파리 뇌 배선도를 PC에서 실제 뇌처럼 작동시킨 것이다. 시세 정보를 초파리가 알아듣는 냄새 신호로 바꿔 넣고, 초파리가 냄새에 다가가거나 멀어지는 반응은 매수와 매도로 읽었다. 초파리 뇌가 어떤 냄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미리 표로 만들어 두고 공식대로 사고팔게 했다.

AI는 나흘간 584번 사고팔아 19.1%를 잃었고, 가상 초파리 뇌는 14일간 3번 매매로 3.16%를 벌었다.


584번 사고판 AI 이긴 가상 초파리?


AI 매매에는 인터넷 연결 없이 집 PC에서 돌아가는 AI 모델을 사용했다. 단일 컴퓨터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규모인 15B 파라미터 모델을 활용했다. 15B는 150억 개 파라미터를 가진 AI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가정용 컴퓨터에서 작동 가능한 수준은 7B~15B 정도다. 설치한 로컬 AI에게 비트코인 차트를 보여 준 뒤 지금 사야 할지, 오를 확률은 얼마인지 판단하게 하고 그 판단대로 사고팔았다.

AI가 ‘이길 확률 50%’라고 답한 매매의 실제 승률.


로컬 AI가 ‘이길 확률 50%’라고 답한 매매에서 실제로 돈을 번 비율은 11%였다. ‘60%’라고 답한 매매의 실제 승률은 19%였다. 나흘 동안 584번 사고판 결과 한 번 사고팔 때마다 평균 0.21%씩 잃었고 최종 손실은 19.1%로 나타났다.

AI에게 직접 매매 조건을 짜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 설계를 맡겨 보자 AI가 짠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하루에 한 번도 매매 신호가 나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가상 초파리 뇌의 15분 단위 매매 기록. 9월 22일부터 세 차례 사고팔아 +0.25%, −0.41%, +3.44%를 냈고 10월 2일 산 비트코인은 보유 중이다.


반면 가상 초파리 뇌의 수익은 단 3번 매매를 하면서 나왔다. 3번의 평균 수익은 한 번에 1.1%였지만 중앙값은 0.25%로 한 번의 큰 수익이 평균을 끌어올렸다.

같은 방식의 초파리 뇌를 과거 차트 기록으로 돌려 보면 성적은 들쑥날쑥했다. 2025년 하반기 차트로 가상 매매를 해보면 -16.42% 손실이 발생해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들고만 있었을 때(-12.25%)보다 나빴다.

2026년 1~8월 차트로 돌렸을 경우에는 9.57% 손실로 들고 있기(-15.53%)보다 나았다. 2017년 이후 차트를 15개 구간으로 나눠 돌려 보자 초파리 뇌의 구간별 수익률 중앙값은 -7.1%였다.

초파리 과거 차트 성적.


사람이 만든 전략도 수익은 어려워


투자자들이 흔히 쓰는 매매 규칙 5가지도 활용해 비트코인 모의 매매를 시도해 봤다. 가격이 평균선을 뚫으면 사는 이동평균 전략, 최근 고점을 넘으면 사는 돌파 전략, 많이 빠지면 되오를 것으로 보고 사는 평균 회귀 전략 등이다.

다섯 전략 모두 거래 수수료를 계산하기 전부터 손실이었다. 이동평균 전략은 -8.6%, 돌파 전략은 -18.2%였고, 가장 나은 평균 회귀 전략도 -0.6%에 그쳤다.

투자자들이 흔히 쓰는 매매 규칙 5가지로 모의 거래하면 전부 손실이었다.


차트 분석에 쓰는 보조 지표로도 시험했다. 상대강도지수(RSI)처럼 투자자들이 흔히 보는 지표 15종으로 ‘이 지표가 이 값을 넘으면 산다’는 식의 매매 규칙 577가지를 만들고, 2017년 이후 비트코인 시세를 15개 구간으로 나눠 각각 돌렸다. 이 가운데 무작위로 사고팔았을 경우와 비트코인을 그냥 보유한 경우를 모두 넘는 수익률을 보인 규칙은 하나도 없었다.

짧은 시간에 치솟는 알트코인을 따라 사는 ‘급등 추격’ 전략은 직접 설계한 것까지 두 가지 방식으로 500번 넘게 사고팔아 보자 한 번에 평균 0.23~0.37%씩 손해였다.

알트코인 급등 기록 8963건을 모아 보니 급등 5분 뒤 가격은 대부분 제자리였다. 1분 사이 0.6% 넘게 치솟은 큰 급등은 이후 5분 안에 평균 0.76%까지 밀렸고, 5분 뒤에는 평균 0.26% 낮은 가격에 머물렀다.

급등을 보고 따라 산 순간은 대개 오를 만큼 오른 뒤였다.

급등을 따라 사는 두 가지 방식의 모의 거래 550번은 한 번에 평균 0.23~0.37%씩 잃었다.


단기 매매 할수록 손실 높아져


지난달 28일 이후 돌린 모의 매매 장부들의 손실을 수수료 전후로 나눠 분석하자 손실의 78~81%는 수수료가 아니라 수수료를 계산하기 전 수익 자체에서 발생했다.

AI가 초파리 뇌보다 크게 잃은 것도 판단이 더 나빠서라기보다 584번과 3번이라는 거래 횟수 차이에서 비롯된 몫이 크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1년 개인투자자 20만4004명의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은 하루에 보유 주식의 6.8%를 사고팔았다. 주식시장 전체 평균(1.4%)의 5배 가까운 수준이다.

하루 안에 같은 종목을 사고파는 단타 거래가 전체 거래대금의 55.4%를 차지했고, 20대 이하 투자자는 이 비중이 80.8%에 달했다.

분석 기간 개인투자자의 42%가 손실을 봤고, 코로나19 이후 새로 주식을 시작한 투자자는 60%가 손실이었다.

연구진은 거래가 잦을수록, 단타 비중이 높을수록, 종목을 자주 갈아탈수록 시장 대비 수익률이 낮아지고 투자자 간 성과 차이도 벌어진다고 밝혔다.

모의투자 장부 21개를 거래 횟수와 수익률로 놓으면 584번 사고판 AI가 가장 크게 잃었고 3번 매매한 초파리는 벌었다.


초파리 뇌 활용한 해외 사례도 실패


해외에서도 초파리 뇌로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알렉스 워머스는 가상 초파리 ‘스톤크플라이’에 100달러를 맡겨 투자했다. 비트코인 시세를 그림으로 바꿔 초파리 눈에 해당하는 신경세포에 보여 주고, 돈을 벌면 보상을 알리는 도파민 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수익은 1달러로 알려졌다.

같은 초파리 뇌로 7년 반 치 비트코인 시세를 돌려 본 해외 웹사이트의 결과는 더 냉정했다. 초파리는 1000달러를 4231달러로 불렸지만,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그냥 들고 있었다면 1만1904달러였다.

해외 사례.


초파리는 해당 기간 2만7915번 주문을 체결했는데 한 번에 0.02%의 수수료만 물려도 1000달러는 16달러로 금세 쪼그라들었다. 사이트 제작자는 서류상으로는 수익을 벌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한편 15분 단위로 시장을 맞히려는 시도가 초파리와 사람, AI 모두에서 실패하자 초파리 뇌 실험의 방식을 바꿔 보기로 했다. 초파리가 실제로 먹이를 찾는 방식에 맞춰, 거래 한 건 한 건을 냄새로 보고 초 단위로 반응하게 해봤다.

공개된 초파리 뇌로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4주간 토·일요일 연재합니다.

초파리 트레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