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4137곳 철수, 신규 진출 1221곳
정치권서 불거진 갈등에 기업 부담 가중
美로 눈 돌려, 美 매출 비중 25%→35%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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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31일 한국 경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에 앞서 서로를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일본 기업과 직원들은 중국에서 점점 더 환영받지 못하고,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한때 일본 기업의 핵심 성장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일본 기업들이 기록적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관세 위험과 중국의 경기 둔화,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 중·일 외교 갈등까지 겹치면서다. 중국에서 줄인 사업 비중을 미국으로 옮기는 움직임도 뚜렷해지면서 일본 기업의 글로벌 사업 지도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CNBC가 일본 기업 신용조사업체 테이코쿠데이터뱅크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일본 기업은 1만118개로 집계됐다. 2024년 6월 조사보다 22% 줄었고, 정점을 기록했던 2012년과 비교하면 약 30% 감소했다.
테이코쿠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빠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졌다. 지난 2년간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한 일본 기업은 4137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회사나 공장, 대표사무소 등을 새로 설립하며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221개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도 최저 수준이다.
일본 기업의 ‘차이나 엑소더스’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와 제조비용이 상승한 데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국 제품에 대한 반감, 인도 등 대체 시장의 성장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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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5일 도쿄의 의회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
여기에 중·일 관계 악화가 기름을 부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중국은 일본 기업에 대한 핵심 광물 수출을 제한하고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촉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본 기업들의 불안은 사업 환경을 넘어 직원들의 신변 안전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 일본인이 억류되는 사례가 이어졌고 지난 8월에는 주요 일본 기업 임원들을 포함한 일본인들이 이중용도 물품 수출 제한 위반 혐의로 억류됐다.
제러미 챈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는 “일본 기업과 그 직원들은 중국에서 점점 더 환영받지 못하고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이미 중국 사업 축소를 검토하던 기업들이 양국 관계 악화로 철수 결정을 더욱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 빠져나간 일본 기업의 무게중심은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제스퍼 콜 모넥스그룹 전문이사 추산에 따르면 일본 토픽스(TOPIX) 상장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3%에서 올해 15% 미만으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시장의 매출 비중은 25%에서 35%로 뛰었다. 불과 6년 만에 중국과 미국의 비중이 사실상 뒤바뀐 셈이다.
콜은 미국 정부가 자국 재산업화를 위해 일본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반면 중국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중국 기업이 만드는’ 경제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은 아니다. 테이코쿠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고가 게이 교수는 자동차 업체와 부품 공급업체, 수출 중심 제조기업의 중국 사업 축소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현지화해 현지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의료기기·정밀장비 업체 등은 중국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국 정부도 일본 기업 붙잡기에 나섰다.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최근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대표단을 만나 중국은 일본 기업의 중국 내 사업 확대와 시장 기회 공유를 “항상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기업 매출의 무게중심까지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수십년간 이어졌던 일본 기업의 ‘중국 중심 아시아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