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로는 못 이긴다”…궁지 몰린 공화당이 다시 꺼낸 ‘범죄와의 전쟁’

생활비·이란전쟁 대신 치안 전면 부각
‘경찰 예산 삭감’ 공격 광고 잇달아 등장
실제 폭력범죄 감소에도 ‘법과 질서’ 강조
민주당도 경찰·검찰 출신 후보로 맞대응
지난 7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원유세 연설을 마친 후 무대를 떠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이 ‘범죄와의 전쟁’을 다시 선거전 전면에 꺼내 들었다. 생활비 부담과 이란전쟁 등에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치안과 불법이민 문제를 집중 부각하며 전통적인 ‘법과 질서’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주요 경합지역에서는 민주당이 경찰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선거광고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의 유세장에는 경찰노조와 법집행기관 관계자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이 범죄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경제와 전쟁 문제가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치안이 상대적으로 공세를 펼치기 용이한 분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AP는 분석했다.

특히 공화당은 민주당이 과거 ‘경찰 예산 삭감(Defund the Police)’ 운동에 우호적이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범죄와 불법이민, 국경 문제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 민주당이 미국인의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치안을 핵심 선거 이슈로 끌어올리는 것과 달리 미국의 폭력범죄는 최근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범죄 자체의 증가보다는 유권자들이 느끼는 치안 불안과 민주당의 과거 치안 정책을 겨냥한 정치적 공방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직접 범죄 이슈를 띄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범죄자들의 머그샷을 대형 화면에 띄우며 민주당의 치안 정책을 공격했다. AP는 이 같은 방식이 1988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민주당 후보 마이클 듀카키스를 공격하는 데 활용했던 ‘윌리 호튼’ 광고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당시 광고는 수감 중 휴가를 나왔다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흑인 재소자 윌리 호튼을 등장시켜 듀카키스의 범죄 정책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범죄 문제를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일지를 놓고 온도차가 나타난다.

노스캐롤라이나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자신의 지역 치안 상황에 대해 “샬럿의 밤거리를 걷는 것이 걱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며 범죄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경계했다.

민주당도 공화당의 ‘법과 질서’ 공세에 맞서 방어 전략을 바꾸고 있다. 과거 경찰 개혁이나 예산 삭감을 강조하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경찰과 검사 등 법집행기관 경력을 가진 후보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치안 문제에서 공화당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 막판에는 물가와 전쟁뿐 아니라 범죄와 치안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공화당이 경제 문제에서 벗어나 범죄 이슈로 선거의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가운데 민주당 역시 ‘경찰에 약한 정당’이라는 공격을 차단하는 데 나서면서 양당의 치안 공방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