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은 선거 홈페이지서 트럼프 흔적 삭제
이란전·관세·고물가에 정책적 이견 확산
뿔난 트럼프 “내 유세로 지지세 급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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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네브라스카주 그랜드아일랜드의 피너클 뱅크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두 팔을 들고 몸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 연방 상원 및 주지사 선거의 공화당 후보 지원을 위해 이 유세에 참석했다. [AF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중간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 격전지 후보 3명 중 2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후보는 선거 홈페이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지지 선언까지 삭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유세가 공화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승패를 가를 접전지 후보들은 트럼프와의 동반 유세에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 접전지 62곳의 공화당 후보 가운데 41곳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됐다. 로이터가 후보들의 의회 투표 기록과 공개 발언, 선거운동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정책적 거리두기다. 전체 62곳 중 23곳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정책적 입장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12곳에서는 이란 전쟁이 핵심 쟁점이었다.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표결에 찬성하거나 고유가와 생활비 부담을 이유로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촉구했다.
미국 내에서 물, 전기 등 공공 인프라를 독식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해야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산업의 패권 유지를 위해 데이터센터 건설을 가속화하려 하지만, 접전지 공화당 후보 3명은 개발 사업을 비판하거나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선거운동에서 트럼프의 흔적을 지우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공화당 후보 12명은 선거 홈페이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나 사진, 지지 선언 등을 삭제했다. 대부분 공화당 후보 지명을 확보한 이후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플로리다에서 민주당 현역 캐시 캐스터 의원에게 도전하는 마이크 벨트란 후보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까지 그의 선거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등장했지만, 현재는 벨트란과 가족들의 사진으로 교체됐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사라졌다.
격전지 후보들의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면적으로 결별하기보다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정책에서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선택적 거리두기’에 가깝다.
네브래스카의 피트 리케츠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쇠고기 수입 확대 계획을 비판하면서도 최근 네브래스카 유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님, 저는 워싱턴에서 대통령님을 위해 싸워왔다”며 충성심을 강조했다.
아이오와의 마리아넷 밀러믹스 공화당 하원의원도 쇠고기 수입 정책을 비판하고 이란 전쟁 권한 제한 표결에 찬성했지만, 이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대규모 제철소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의 마이크 롤러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달 공화당 행사에서 “대통령과 제가 언제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다.
공화당 후보들이 이처럼 ‘선택적 거리두기’에 나선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있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2%에 그쳤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등록 유권자는 44%로 공화당 37%를 앞섰다. 무당층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7%로 공화당 21%보다 높았다.
공화당 전략가 론 본진은 “후보들은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트럼프 편이 아니라면 후보들도 트럼프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 지원 효과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하루 동안 최소 다섯 차례 자신의 유세가 공화당 지지세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지금 전국을 돌며 유세하고 있다. 공화당 지지세가 천장을 뚫고 올라가고 있다”며 “왜 그런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행사에는 접전지 공화당 후보들이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유세 일정 역시 앨라배마와 오클라호마, 뉴욕 등 상대적으로 선거 경쟁이 덜 치열한 지역에 집중됐다. 텍사스에서는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무당층 표심이 승패를 좌우하는 접전지에서는 그의 존재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런 분석에 반박했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지도자이자 최고의 메시지 전달자이며,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동기부여자”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컨설턴트 재닛 호프먼은 후보들의 전략을 “일종의 줄타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후보들이 행정부의 성과를 활용하면서도 “현재 트럼프 브랜드가 얼마나 독성이 강해졌는지”를 고려해 거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