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누구를 위한 상장인가? …‘국민주식’ SK하이닉스 주주의 걱정 [홍길용의 화식열전](918회)

① 굳이 큰 돈이 필요하지 않는 솔리다임이다. 그런데 상장하면 큰 이득을 보는 이들이 있다.
② (SK 계열사들에) 국내에서 금지된 행위들도 미국 기업 솔리다임에서는 아무 제약이 없다.
③ 솔리다임 상장으로 ‘그들이’ 이득을 볼수록 정작 주인인 SK하이닉스 주주 몫은 줄어든다.
④ 재산을 분할해야 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지분 매각에는 PRS 방식이 이용됐다.
⑤ 솔리다임이 계속 잘 나가려면 SK하이닉스가 계속 양보(?) 또는 희생(?)해야 할 수 있다.


SK그룹 투자자들 앞에 복잡한 함수 문제가 출제됐다. 솔리다임(Solidigm) 상장과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이라는, 얼핏 낯설어 보이는 변수들이 얽힌 문제다. 변수는 많다. 아직 값이 드러나지 않은 미지수도 적지 않다. 하나씩 값을 대입해 보면 ‘국민주식’이라 할 수 있는 SK하이닉스 일반 주주자들에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구조가 드러난다.

8일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이 기업공개(IPO)를 위해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상장 시점은 2027년이 유력하며, 기업가치 예상치는 1000억 달러, 상장으로 모집할 자금은 100억 달러 가량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 주관사는 IPO와 함께 2곳의 투자자와 최대 72억 달러 규모의 상장 전 투자자 유치(pre-IPO)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챗GPT의 도움을 받아 만든 이미지입니다.


솔리다임은 외부자금 170억 달러가 꼭 필요한가

솔리다임이 172억 달러나 되는 외부자본을 끌어들여야만 하는 상황일까? 로이터는 솔리다임이 미국 동부에 첫 낸드 생산거점을 검토하고 있으며 뉴욕주가 후보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투자비는 공장 성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SSD 조립·테스트 같은 후공정 공장이면 수 십억 달러로 가능하지만 웨이퍼를 직접 생산하는 전공정 팹(fab)이라면 1단계부터 100억달러를 훌쩍 넘길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SK하이닉스 반기 재무제표를 보면 솔리다임을 포함한 NPS(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 및 종속회사)는 순자산 8조2262억원, 반기 순이익 5조83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각각 2조2730억원, 1321억원이었다. 경쟁사인 키옥시아와 샌디스크의 실적 흐름 등을 감안해 단순 추산하면 솔리다임의 올해 순이익은 14조~16조원, 2027년에는 2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의 업황이 어느 정도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 올 하반기부터 2029년까지 쌓일 이익을 계산하면 300억~4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 2028년부터 업황이 크게 꺾여 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가정해도 누적 이익은 상당하다. 여기에 감가상각을 더하면 영업현금흐름은 순이익보다 많다. 미국에 대규모 전공정 팹을 짓는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지만 굳이 외부에서 끌어들여야 할 지는 따져볼 문제다.

총수의 이혼 소송과 재산분할 9440억원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이 가진 ㈜SK 지분 9440억원어치를 매각하기로 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정해진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다.

대주주 주식 매각인 만큼 취득원가에 따른 양도소득세와 거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정확한 세액은 취득원가를 알아야 계산할 수 있지만 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 측은 재상고 과정에서 9440억원 가운데 7000억원 부분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2440억원만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최소 7000억원의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번 매각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과 맺은 가격수익스와프(PRS) 계약이다.

TRS 즐겨 쓰더니 이번엔 PRS?

㈜SK 지분은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과 직결된다. 최 회장은 약 4000억원어치 주식을 한국투자증권에 넘기되 3년 뒤 한투가 이 주식을 처분한 가격과 기준가격의 차이를 서로 정산하기로 했다. 주가가 오르면 상승분은 최 회장 몫이다. 반대로 떨어지면 최 회장이 손실을 부담한다. 주식의 소유권과 의결권은 한투로 넘어가지만 가격변동 위험과 수익은 상당 부분 최 회장에게 남는 셈이다. 경제적 실질만 놓고 보면 매각이지만 대출과 닮았다. 당장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3년 동안 SK㈜ 주가 상승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구조다.

공시에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계약만료 시점에 최 회장이 한투에 넘긴 지분을 되사는 콜 옵션이나 우선매입권을 붙이는 구조도 가능하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주가가 올라도 판 값에 주식을 회수할 수 있다.

SK그룹은 과거 SK E&S, SK실트론 등의 지분 거래에서 TRS(총수익스와프)와 콜옵션 등 파생계약을 이용해 외부자본을 끌어들이면서 지분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통로를 남겨 놓은 적이 있다. 그래서 5440억원 어치 지분을 산 전략적투자자(SI)와의 계약 내용도 변수다. 옵션 등을 통해 최 회장이 지분을 되살 권리를 만들어 놨을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29.3%)를 TRS를 통해 보유 중이다. 팔리면 수 천 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래도 이번에 매각한 ㈜SK지분을 다시 사들이기에는 부족하다.

몸값 급등하는 솔리다임…숟가락 얹는 SK 계열사들

현재 솔리다임은 NPS의 완전자회사다. 최 회장이 직접 지배하는 ㈜SK는 지난 5월 NPS에 약 1997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투자금과 취득지분을 단순 역산한 NPS 기업가치는 약 105억달러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도 상반기 중 895억원을 비슷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했다. SK텔레콤은 7월 말 3971억원을 투자했다. 이때 적용된 기업가치를 단순 계산하면 약 410억달러 수준이다. 불과 몇 달 사이 평가 액이 최대 10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이들 계열사들이 사들인 지분은 NPS가 발행한 신주였다. 신주를 싸게(?) 판 것이니 NPS 최대주주인 SK하이닉스가 밑진 장사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법 상 지주사인 ㈜SK나, ‘삼촌’ 회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에 출자할 수 없다. NPS는 외국법인이어서 국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 세 회사는 기투자 분을 합쳐 모두 11억 달러를 NPS에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전직 임원들이 솔리다임 선(先)투자?

솔리다임의 프리IPO에 약 2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거론되는 곳은 테크브릿지인베스트먼트(TechBridge Investment)라는 사모펀드(PEF)다. 노종원 전 사장, 현은아 전 부사장, 이재서 전 부사장 등 SK하이닉스 전직 임원들이 TBI에 참여하고 있다고 국내 일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솔리다임의 탄생과 인텔 NAND 사업 인수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들이다. SK하이닉스에서 막 떠난 이들이 어떻게 조 단위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을까? 과연 이들에게 돈을 맡긴 이(LP)들은 누구일까? 미국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개별 LP 명단을 대중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 자금의 주인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솔리다임 예상 기업가치를 1000억 달러(샌디스크 대비 20% 이상 할인)로 전했지만, 얼마전 로이터는 1500억 달러 전망(샌디스크 수준)을 소개했다. 솔리다임은 지난 8월 7일 코어위브(CoreWeave)와 기업용 SSD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받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7일에는 브로드컴(Broadcom)과의 SSD 협력 연장과 대만 위탁생산(ODM) 거점 추가 사실도 밝혔다.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릴 만한 재료들이다.

프리IPO 투자자들에게 IPO는 가장 분명한 가치 확인의 기회이자 차익실현의 통로다. 프리IPO와 IPO가 1년 안에 연이어 진행된다면 선(先) 투자자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에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수록 유리하다.

솔리다임 기업가치, SK하이닉스에 달렸다?

지금처럼 낸드(NAND) 시장이 호황일 때는 특히 그렇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로부터 낸드 웨이퍼를 공급받아 기업용 SSD를 만든다. 웨이퍼 가격이 낮을수록 솔리다임의 원가는 줄고 이익은 늘어난다. 웨이퍼를 가격을 싸게 받을 수록 SK하이닉스는 부담이다. SK하이닉스가 가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 정상가격 원칙과 이전가격 규제가 존재하지만 해외법인에까지 적용되기는 어렵다.

대기업 계열사의 해외상장 사례는 솔리다임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와 LG의 선례가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IPO 직전까지 현대자동차가 100% 보유했고, 상장 때 신주를 발행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보유주식 17.5%를 구주 매출(OFS)로 팔아 약 3조원대 현금은 현대자동차 본사로 갔다. 현대차 지분은 100%에서 82.5%로 낮아졌지만 인도법인에는 공모 자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인도법인의 상장 이유는 현지 투자자금 마련이었다. 상장을 통해 현지 자본조달 구조를 갖추되, 지금까지의 성장의 과실을 본사 주주들에게 돌려준 셈이다.
LG전자 인도법인 마찬가지다. 현지 투자 확대를 위한 IPO에서 LG전자가 보유지분 100% 중 15%를 구주 매출했다. 약 1조7000억원 상당의 매각대금은 LG전자 본사에 귀속됐다. 그룹 지주사인 ㈜LG도 LG전자 인도법인 지분을 사지 않았다.


“사람은 왼손으로 네모를 그리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로 원을 그릴 수 없다(人莫能左畫方而右畫圓也).” - 한비자(韓非子) ‘외저설좌하(外儲說左下)’ 자작(子綽)의 말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솔리다임과 관련해 “외부 자본 또는 내부 자본 활용 여부는 그 형식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경제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안”이라면서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과 필요한 주주보호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충분히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SK가 왼손으로 네모를 그리면서 오른손으로 원을 그릴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