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동문도 진절머리” 코넬대 교수진, 성폭행 의혹 두고 행정 불신임 투표 준비

코넬대학교 학생들이 최근 불거진 집단 성폭행 의혹에 대한 부적절한 처분을 비판하면서 이에 관여한 책임자들의 해임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코넬대학교 교수들의 모임인 코넬대 교수평의회(Faculty Senate) 소속 교수들이 최근 불거진 집단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대학의 대응을 문제삼아 대학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 결의안을 발의했다. 교내에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책임자들의 해임을 요구하는 한편, 교수 모임에서도 대학 측의 대응을 본격적으로 문제삼기 시작한 것이다.

미 방송 CNN에 따르면 코넬대 교수평의회는 5일(현지시간) 저녁 대학 교수위원회에 행정부 불신임 투표 결의안을 제출했다. 위원회는 결의안을 검토한 뒤, 오는 14일 열리는 전체 교수평의회에 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평의회 위원인 폴 오티즈 코넬대 노동사 교수는 불신임안 제출에 대해 미 방송 CNN에 “수백 명의 학생과 동문, 교직원이 교수진을 찾아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오티즈 교수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40명의 평의원이 대학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 결의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교수평의회는 대학 교수진을 대표하는 주요 입법 자문 및 심의 기구로, 75명이 넘는 투표권을 가진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오티즈는 “우리는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성폭행에 지쳤다. 이 문제에 대한 행정부의 무대응에도 지쳤다”면서 “현재 학생들뿐만 아니라 과거 학생들, 실제로 이 대학에 기부해 온 동문들까지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평의회의 움직임과 별개로 코넬대에서는 교내에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는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까지 가세해 “부끄러운 줄 알라”,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학 행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시위대와 교수진의 불만은 ‘제인 도(가명)’로 알려진 여성이 지난 2024년 처음 교내 경찰에 성폭행 피해를 신고했을 대학 행정부 관계자들이 그녀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이번 사건은 도는 2024년 남학생 사교클럽 건물에서 열린 파티 중 남학생 7명에게 약 2시간 동안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피해자 측은 당시 클럽 회원들로부터 케타민 등 약물과 술을 받아 항거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피해 여학생은 사건 발생 후 3주 뒤 대학 경찰에 신고했으나, 당시 검찰은 정식 기소 처분을 내리지 않았고, 학교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일부 학생에게 퇴학 및 정학 처분 등을 내렸다. 그러나 2명만 퇴학 조치를 받았고 대부분은 반성문 작성 등 매우 경미한 처벌만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기존 수사 라인에 불신이 커져 제대로 된 수사가 되기 어렵다면서, 레티샤 제임스 뉴욕 법무장관을 특별검사로 한 재수사를 지시했다. 마이클 코틀리코프 코넬대 총장은 영상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성폭행, 비인간화, 그리고 파티 문화와 음주 및 약물 사용의 여러 측면에 관한 가슴 아프고 우려스러운 문제”라면서 뉴욕주 법무장관의 재수사와 외부 로펌의 사건 처리 과정 검토 등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반발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