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걱정 없는 ‘맛있는 빵’ 진짜?…건강을 굽는 셰프 윤화영[미담:味談]

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인간이 불을 집어 든 날, 첫 셰프가 탄생했습니다. 100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음식에 문화를 담았습니다. 미식을 좇는 가장 오래된 예술가, 셰프들의 이야기입니다.


윤화영 프레드므아 셰프 인터뷰
혈당 급상승 막아주는 건강빵 생산
“백미 빵 맛 유지하면서 혈당 급등 막아”
최정상 셰프들이 존경하는 셰프
“옆집 아저씨 같은 사람으로 남고파”


윤화영 셰프.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언젠가부터 탄수화물이 공공의 적이 된 듯 하다. 살을 찌우고 염증을 일으키고, 생명을 단축하는 달콤한 독약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저(低)탄수화물이 아닌 무(無)탄수화물 식단까지 유행을 하고 있다니, 탄수화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탄수화물은 억울하다. 탄수화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주요 에너지원이다. 특히 뇌와 근육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탄수화물 자체가 아니라 어떤 탄수화물을,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에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새하얀 정제탄수화물이다. 정제탄수화물은 곡물이나 식품을 가공하면서 식이섬유·비타민·미네랄 등이 들어 있는 부분을 상당 부분 제거하고 탄수화물 중심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프레드므아의 ‘통밀 깜빠뉴’. [프레드므아 제공]


백미나 밀가루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은 통곡물보다 소화·흡수가 빠르고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인슐린 분비도 늘어나며, 이런 식습관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체중 증가와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

정제탄수화물로 만든 대표적인 식품이 빵이다. 빵에는 설탕이나 버터가 다량으로 들어가 당류와 지방까지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이는 당뇨 등 성인병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탄수화물에 대한 공포가 커진 배경에는 당뇨병의 확산도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약 550만 명이 당뇨병을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65세 이상에서는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당뇨병전단계 인구도 약 1500만 명에 이른다.

당뇨병은 더 이상 일부 고령층만의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 젊은 연령층에서도 당뇨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의 탄수화물과 혈당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식생활의 화두가 됐다.

‘아라비노자일란’ 성분의 특수 밀가루로 혈당 잡았다


윤화영 셰프. [프레드므아 제공]


윤 셰프는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빵을 포기하거나, 먹고 싶은 빵 대신 통밀빵을 억지로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가 고민하는 것은 건강과 맛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동시에 잡는 방법이다.

“빵은 먹고 싶은데, 건강 때문에 통밀빵을 억지로 약처럼 씹어 삼키는 손님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만 들어요. 분명히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제가 생각하는 ‘미식의 일상화’는 그렇거든요. 건강하게 맛있게. 그래야 어쩌다 특별히 먹는 게 아닌, 일상에서 찾는 미식이 되니깐요.”

실제로 이탈리아 파비아대 연구진은 아라비노자일란이 강화된 흰 빵을 건강한 성인 24명에게 섭취하게 한 뒤 일반 흰 빵과 비교했다. 식후 30분 혈당은 아라비노자일란 강화 빵을 먹은 그룹이 평균 107mg/dL로, 대조군의 121mg/dL보다 낮았다. 다만 연구 대상이 건강한 성인이었고 규모가 작았던 만큼, 이를 당뇨병 치료 효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 역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장기간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라비노자일란 성분이 들어가 혈댕 상승을 막는 윤화영 셰프의 빵 브랜드 ‘슬로우지’. [프레드므아 제공]


윤 셰프가 처음 사용한 것도 이 같은 원리를 적용한 이탈리아의 ‘파리나 인테라(Farina Intera)’였다. 파리나 인테라는 밀기울에서 얻은 식이섬유 가운데 수용성 성분의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한 특수 밀가루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밀기울의 식물성 구조를 효소적 촉매 기술로 분해해 기존 밀가루에서 활용되기 어려웠던 수용성 식이섬유의 이용 가능성을 높인다.

윤 셰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현재는 이탈리아 제분업체와 협업해 자신이 원하는 특성의 밀가루를 맞춤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통밀빵처럼 거칠고 투박한 식감이 아니라, 흰 밀가루를 사용한 빵에 가까운 맛과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식이섬유를 더하는 것이 목표다.

“백미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과 식감이 기존의 빵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건강하면서 맛있게 빵을 먹을 수 있는 거죠. 이 밀로 바게트나 치아바타, 식빵 등을 만들 수 있어요.”

아라비노자일란 성분이 들어가 혈댕 상승을 막는 윤화영 셰프의 빵 브랜드 ‘슬로우지’. [프레드므아 제공]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강한 빵’이라는 말의 의미다. 건강을 위해 맛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맛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재료와 제분 방식부터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윤 셰프가 건강한 빵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에는 가족을 향한 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외할아버지께서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께서도 당뇨병을 앓고 계세요. 저 또한, 지금 당뇨는 아니지만 그 위험을 안고 살고 있고요. 당뇨는 제게서 낯선 병이 아니에요. 자연스레 건강한 빵을 고민하게 됐어요.”

셰프들이 존경하는 셰프 윤화영, ‘옆집 아저씨’를 꿈꾸다


윤화영 셰프. [헤러드경제]


윤화영 셰프는 빵보다 먼저 한국을 대표하는 프렌치 셰프로 유명했다. 사진 작가를 꿈꾸던 젊은 시절 사진을 배우기 위해 떠난 프랑스에서 그는 요리를 만났다. 처음에는 그저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빠진 요리는 윤화영 셰프의 꿈으로 자리잡았다.

피에르 가니에르, 에릭 브리파르, 장 프랑수아 피에주 등 프랑스 요리의 거장들과 함께 일하며 현장에서 요리를 익혔다. 파리의 크리용 호텔과 피에르 가니에르 파리, 포시즌스 호텔 조지 V 등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10여 년간 프랑스의 특급 호텔과 파인다이닝 주방에서 일하며 프렌치 요리의 기본과 원칙을 몸으로 익혔다. 한국인으로서는 당시 프랑스의 팰리스급 호텔에 정식 셰프로 들어간 사례 자체가 드물었다.

“처음 파리에서 먹은 파인다이닝은 충격이었어요. 이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프렌치의 깊은 세계에 빠졌죠. 그리고 미식을 대하는 그들의 열정도 함께요. 정말 치열하게 10년을 프랑스에서 보낸 것 같아요. 유명한 셰프들과 함께 주방에서 호흡하고, 희노애락을 함께 보냈어요. 소중한 경험이었죠.”

프레드므아 매장 전경. [프레드므아 제공]


10년 동안 프랑스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2012년 그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올렸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에 프렌치 레스토랑 메르씨엘을 열었다. 프렌치 파인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던 당시 부산에서 정통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서울에서도 프렌치 파인다이닝의 시장이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이방인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프랑스에 있을 때도, 한국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한국에서도 제가 시도한 파인다이닝이 생소했던 시절이었거든요.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재밌는 건 없을까 혼자 요리를 통해 구현하려 많이 고민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혼자 확장시키고,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하고. 그렇게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윤화영 셰프의 ‘뀌냐만’ [프레드므아 제공]


그렇게 구축한 그의 프렌치는 정통적인 방식의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터치를 주저하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매일 새로운 메뉴를 구상할 만큼, 창작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구축한 프렌치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셰프들의 셰프’로 불린다. 그만큼 한국 미식계에 그가 미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현재 최정상급 셰프들이 입을 모아 그를 미식계의 큰형으로 꼽는 이유다.

윤화영 셰프의 ‘루벤샌드위치’ [헤럴드경제]


그런 그가 2024년 빵집을 열었을 때 모두 의아해 했다. 또 다른 대단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단순했다. 손님과 더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이다. 게다가 빵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까지 해온 요리의 일부였을 뿐이다.

“대단한 의도를 갖고 있던 건 아니었어요. 좀 더 손님들과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 싶었어요. 샌드위치를 선택한 것도 많은 이가 좋아하는 빵이라고 생각해서였어요. 더 맛있는 빵, 건강한 빵을 만들고 싶었기도 했고요. 빵 만드는 게 새로운 시도는 아니에요. 이미 프렌치를 할 때도 빵을 함께 만들어 내기도 했거든요. 제가 늘 하던 것을 해오는 것 뿐이에요.”

윤화영 셰프의 ‘파블로바’ [프레드므아 제공]


윤화영 셰프는 TV에 나오는 대단한 셰프 또는 대단한 철학을 가진 셰프가 아닌 요리를 잘하는 동네 빵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기억으로 남고 싶다고 한다.

“왜 요리를 시작했냐는 질문에 저는 늘 ‘제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웃는 얼굴을 볼 때 행복해서’라고 답해요. 저는 저는 연예인 같은 셰프, 아티스트, 철학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요. 그저 옆지 아저씨인데 음식을 조금 잘 하는 그런 셰프로 기억되고 싶어요. 저의 예전 셰프님들처럼요.”

동네 빵집 아저씨, 윤화영 셰프는 오늘도 그렇게 건강을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