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서 ‘절연 영상’ 5년 새 10배 이상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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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에서 성인 자녀가 부모와 연락을 끊는 이른바 ‘가족 절연’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설미디어(SNS) 알고리즘과 심리상담 방식의 변화, 트라우마 개념의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여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절연 부모’ 콘퍼런스에는 200명이 넘는 부모들이 몰렸다. 호주 등 해외에서 찾아온 참석자들도 있었고, 온라인 생중계 시청자도 250명에 달했다. 3년 전 28세 아들에게 연락을 끊긴 로빈 브릴(60)도 그중 한 명이다.
애틀랜타에 사는 은퇴한 행사기획자 브릴은 “사연은 제각각인데 자녀들이 하는 말은 똑같다”며 “‘엄마는 나르시시스트’, ‘아빠는 자기중심적’, ‘내 문제의 원인은 부모에게 있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넬대 사회학자 칼 필레머의 연구를 인용해 미국인의 약 10%가 특정 시점에 부모나 자녀와 절연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가까운 친인척까지 범위를 넓히면 25%에 이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1970년대 이혼 급증에 비유하며 사회적 유행에 가까운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미네소타대 가족사회과학 명예교수인 윌리엄 도허티는 “과거엔 금기시되던 선택이 받아들여지고 심지어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면서 사회적 전염처럼 퍼지고 있다”며 “문화적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절연 자체가 실제로 크게 늘었다기보단 이에 대한 낙인이 약해졌을 뿐이며, 해로운 부모와 관계를 끊는 것이 성인 자녀에게 필요한 치유 과정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이런 흐름이 자기중심주의를 부추기고 가족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 다수는 소셜미디어, 특히 틱톡을 절연 담론 확산의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팬데믹 초기 외출이 제한된 2020년 미국에서 급성장한 틱톡은 이용자가 오래 본 영상과 ‘좋아요’ 기록을 바탕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연이어 추천한다. 부모와 연을 끊는 영상을 한 편 보면 관련 영상이 잇따라 노출되는 식이다.
시장조사업체 인피지에 따르면 지난달 부모와의 절연이나 ‘로우 컨택(최소 접촉)’을 언급한 틱톡 신규 영상은 13만8000건 이상으로, 2020년 8월보다 10배 넘게 늘었다.
‘연락 두절’을 뜻하는 ‘노 컨택’을 앞세운 이른바 ‘절연 인플루언서’도 늘었다. 이들 가운데는 자신이 부모와 연을 끊은 경험을 전문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절연 지원 모임을 운영하는 심리치료사 매티어스 바커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팔로어가 합쳐서 420만명에 달하며 모두 2020년 이후 생겨났다고 말한다. 그는 “틱톡커는 당신의 사정을 직접 듣지도, 알지도, 평가하지도 못한다”며 “가장 와닿을 만한 이야기를 던져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상담·코칭 시장도 커졌다. 책과 팟캐스트, 지원 모임, 화상 상담 등 부모와 자녀 모두를 겨냥한 유료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했다.
심리상담 흐름의 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십 년간 상담가들은 가족 간 소통을 늘리고 갈등을 풀도록 권해 왔지만, 최근들어 접근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도허티 교수는 “트라우마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인식이 퍼지자 상담가들이 이에 호응했다”며 “모든 문제의 원인을 부모에게서 찾는 문화도 있다”고 말했다. 상담자의 생각을 다시 검토하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대신 절연을 권하는 상담가가 늘었고, 이것이 관계 단절에 일종의 ‘전문가 공인’을 부여됐다는 설명이다.
‘해로운 부모’를 보는 기준 자체가 넓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절연을 겪은 부모 약 1000명을 이달 초설문한 가족치료사 피터 앤더슨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독성’, ‘학대’, ‘안전하지 않다’ 같은 표현의 사용 증가를 절연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자들은 이를 ‘개념 확장’이라 부른다.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면 관계를 끊는 것이 정당할 수 있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있다. 과거 세대가 학대를 과소평가하거나 묵인했던 측면도 있어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반복되는 비난이나 격한 의견 충돌 같은 고통스러운 관계 갈등까지 학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앤더슨은 “스스로를 (부모 세대보다) 더 깨어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더 많은 이유로 관계를 끊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족의 의미를 둘러싼 세대 간 인식 차이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오하이오주립대 사회학자 린 레첵은 부모 세대가 ‘의무적 친족’ 문화 속에서 자랐다고 설명한다. 문제가 있어도 가족은 영원해야 하고, 성인이 된 자녀 역시 가족 곁에 남아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에 맞서 최근에는 ‘민주화된 친족’ 개념이 부상했다는 것이 레첵의 분석이다. 관계 유지 여부가 그 질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책임 있는 태도와 성장, 상호 존중, 정서적 안전이 관계를 이어가는 조건이 된다. 레첵은 “20세기 중반 결혼을 두고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처럼 이런 변화가 이제 다른 가족관계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정체성을 앞세우는 문화도 영향을 미친다. 시카고 콘퍼런스를 이끈 심리학자 조슈아 콜먼은 젊은 세대가 성별, 인종, 성적 지향, 정치 성향, 정신건강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의 정체성에 반대하거나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생각이 다른 가족’이 아닌 ‘다른 진영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것이다. 콜먼은 “내 정체성을 지지하지 않으면 동지가 아니라는 인식 속에서 부모와 관계를 끊는 일이 자기돌봄이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