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에 지갑 닫힌 미국인…SUV 대신 세단 찾자 현대차·혼다 ‘반색’

대형 SUV 제치고 소형SUV·세단 인기
승용차 놓지 않았던 현대차, 혼다 등 ‘반색’
경제적 부담에 3분기 신차 판매는 하락 전망
현대 엘란트라 [123RF]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소비자들이 다시 작은 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름값과 차 값이 함께 오르며 지갑 사정이 빠듯해지자, 덩치 큰 SUV 대신 경제적 부담이 덜한 소형 SUV와 세단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3분기 쉐보레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같은 소형 SUV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현대차 엘란트라 세단은 18% 늘었고, 토요타 코롤라도 올해 판매가 크게 뛰었다. 모두 시작 가격이 2만5000달러(약 3394만원)에 못 미치는 차들이다.

반면 대형 SUV는 힘을 쓰지 못했다. 쉐보레 서버번과 타호는 판매가 줄었고, 현대차 3열 SUV 팰리세이드는 1% 감소, 지프 그랜드체로키는 30% 급감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오토모티브뉴스 행사에서 “승용차를 포기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며 “덕분에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혼다는 3분기 승용차 판매가 18% 늘었다고 밝혔다. 2020년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다. 랜스 뵐퍼 혼다 미국법인 부사장은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예전에는 승용차를 고려하지 않던 고객들도 이제 세단을 선택지에 넣는다”고 전했다. 소형 SUV를 보던 소비자 일부가 세단으로 돌아서면서 어코드 판매가 늘었고, 시빅 세단은 물량이 달릴 정도다.

혼다만이 아니다. 지난 3개월 동안 해외 자동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 판매가 늘면서 전체 실적도 나아졌다. 값싼 차가 팔릴수록 웃는 쪽이 갈린 분기였던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는 미국의 3분기 전체 신차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체 판매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싼 차 값과 기름값이 구매 여력을 짓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빅3의 3분기 합산 판매는 줄었다.

지프의 2026년형 그렌드체로키 [AP]


GM은 3분기 전체 판매가 5.5% 감소했지만 판매량 1위 자리는 지켰다. 다만 토요타가 격차를 좁히고 있다. 디젤 가격이 사상 최고인데도 디젤 엔진을 얹은 실버라도·시에라 픽업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는 게 GM의 설명이다. 던컨 올드레드 GM 북미법인 사장은 “당장의 기름값에만 반응해 제품 구성을 바꾸기보다 기존 판매 믹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드의 3분기 판매는 콕스 추정으로 7% 줄었다. 부품 부족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F-150 픽업트럭 생산이 한때 멈춘 탓이라고 짐 팔리 포드 CEO는 설명했다.

스텔란티스의 3분기 판매는 전년과 비슷했다. 지프와 램을 거느린 스텔란티스는 시작 가격이 4만달러 아래인 차가 많지 않다. 안토니오 필로사 CEO는 크라이슬러가 곧 더 저렴한 차량을 내놓겠다며 “4만달러 이하 시장에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며 “우리가 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높은 SUV와 픽업에 매달리며 세단에서 대부분 손을 뗀 GM·포드가 주춤한 사이, 승용차를 지켜온 현대차와 혼다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