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시사회 취소·배우 무대인사 축소…“박정희 배후설, 끔찍한 주장”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홍보물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의 여파가 오프라인으로 확산되며 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사회 취소와 무대인사 축소, 평론가를 향한 공격으로도 확산 중이다.

1일 영화계에 따르면, 부산영상위원회는 오는 5일 오후 3시 50분 부산 CGV 센텀시티점에서 개최 예정이던 ‘암살자(들)’ 대시민 무료 시사회를 취소했다.

위원회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작품을 둘러싼 최근 상황과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부득이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이 작품의 내용이나 특정 입장에 대한 지지나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혼선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관객과의 만남이 예정됐던 주말 무대인사 규모도 축소됐다. 배급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오는 3~4일 서울·경기 지역에서 열리는 개봉 2주 차 무대인사에 조연 배우 류혜영, 장률, 최유리가 불참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는 허진호 감독과 주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만 오르게 된다.

관계자는 “참석 인원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기 위한 방식 변경일 뿐 최근의 논란 때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으나, 앞서 유해진의 상업 광고 댓글 창이 폐쇄되고 배우들의 개인 SNS에 비난이 쏟아진 직후여서 업계 안팎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논란의 불똥은 평론가에게도 향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 올렸던 ‘암살자(들)’ 리뷰 영상이 채널 측 판단으로 비공개 전환된 것과 관련해, 30일 개인 블로그를 통해 “평가를 철회하거나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평론가는 논란이 된 “음모론 정도로 치부할 수 없다”는 발언에 대해 “발사된 총탄의 행방 등 공식 발표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을 영화가 다루는 방식을 설명한 것이지, 박정희 전 대통령 배후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소명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제기하는 모든 가설이 사실이라는 뜻이 아니었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였다는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이었다”고 강조했다.

허진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뉴시스]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암살 배후로 묘사했다는 해석에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주장은 이 영화에 대사로든 장면 묘사로든 담겨 있지 않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 배후’라는 해석을 떠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무엇보다 영화를 둘러싼 논쟁은 “영화 전체를 본 뒤 이뤄졌으면 한다”며 “제 리뷰에 대한 비판 역시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했는지를 전반적으로 살핀 뒤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사건을 다룬 극영화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충분히 비판하고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진은 다만 “이번 ‘암살자(들)’에 대해 했던 영화적 판단은 현재도 같다”며 “리뷰에서 했던 평가를 철회하거나 그 평가 자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개봉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논란에 영화 단체도 첫 공식 입장을 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KFPA)는 1일 성명을 내고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개별 창작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사실에 근거해 이루어지고, 영화 제작에 참여한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모든 구성원의 창작 활동 또한 존중받기를 기대한다”며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의 경우, 관객의 관점과 해석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제기될 수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협회는 “작품의 표현과 해석에 대한 평가는 작품 자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에 대한 평가의 범위를 넘어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개인에 대한 공격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한국 영화의 건강한 제작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 사망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형사와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영호 속 인물들은 문세광 외 다른 총격 주체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보부 등 권력 기관의 개입 가능성도 가설의 하나로 등장한다.

현재 암살자(들)의 논란은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등 정치권과 일부 보수 단체에서는 역사 왜곡이라고 지적, ‘상영 중단’ 요구와 사법 고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30일 하루 7만 6385명을 동원해 한국 개봉작 1위를 유지하며 누적 관객 176만 6946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