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레전드보다 대중 옆 현역가수이고 싶다” 눈물

데뷔 40주년 맞은 ‘라이브의 황제’
“BTS 월드컵 무대 너무 부러웠다”
대중 곁 숨소리 같은 가수 되고파


가수 이승철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음감회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노래하면서 늘 ‘오늘만 같아라, 더도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라고 생각해요.”

‘라이브의 황제’ 이승철의 데뷔 40주년을 맞는 소회는 담담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눈물이 왈칵 치솟기도 했지만, 그의 시선과 마음은 과거의 영광보단 현재의 무대를 향했다.

이승철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미디어 음감회에서 “30주년이나 39주년 때만 해도 그리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40주년과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정말 이날이 왔구나’, ‘상상도 못 하는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 할 만큼 오랜 시간이었다. 그는 “스무 살에 데뷔했을 땐 선배들이 서른 살만 넘어도 은퇴를 생각하거나 정상에서 내려오는 느낌이 많아 나 역시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며 “우즈(WOODZ) 같은 후배가 헌정곡을 만들어줘 가슴이 벅차고, 신곡을 듣다 보니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더 열심히 노래하겠다”고 했다.

1986년 록밴드 부활의 보컬로 데뷔한 그는 1989년 솔로 가수로 전향한 뒤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마지막 콘서트’, ‘말리꽃’, ‘인연’, ‘네버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등을 남기며 40년간 25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소화했다.

가수 이승철과 우즈 [연합]


이승철은 롱런 비결로 ‘자기 비움’을 꼽았다. 그는 “히트의 비결은 이승철을 버리는 창법을 많이 쓰는 것”이라며 “곡을 받으면 내가 원하는 창법보다는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원하는 창법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가장 아끼는 곡으로는 ‘희야’를 꼽은 그는 “(이 곡은)나를 있게 해 준 노래이자, 지금도 첫 소절을 부르면 팬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운 곡”이라고 했다.

긴 세월 당연히 굴곡도 있었다. 그는 성대 결절과 성대 폴립 수술로 3년간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한 달간 묵언수행을 거치기도 했다. 이승철은 목 관리법에 대해 “노래를 쉬지 않는 것이 비법”이라며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하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40주년을 맞아 후배들이 참여하는 헌정 듀엣 프로젝트도 선보인다. 프로젝트의 첫 주자인 싱어송라이터 우즈(WOODZ·조승연)가 직접 작사·작곡한 헌정곡 ‘우리만의 이야기’는 30일 오후 6시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1970년대 클래식 록의 질감부터 현대적인 모던 팝 록 사운드를 아우르는 얼터너티브 록 곡이다.

이승철은 이 곡에 대해 “우즈에게 노래를 받고 감동해서 울었다. 꼰대 같이 올드하게 나올까 봐 걱정돼 최대한 군더더기를 빼고 불렀는데, 두 번 만에 녹음이 끝났다”고 했다. 간담회에 함께 한 우즈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사랑했던 가수가 이승철 선배님이라 사석에서 ‘아부지’라고 부른다”며 “선배님과 팬들이 함께 만들어온 40년의 시간과 사랑을 ‘우리’라는 단어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엔 우즈 외에도 김재중, 데이식스(DAY6) 영케이, 레드벨벳 웬디, 이무진, 잔나비 등이 참여한다.

가수 이승철과 우즈 [연합]


이승철은 방송 규제가 엄격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우리 때는 방송에서 영어를 못 쓰게 하고 선글래스도 벗으라고 규제했는데, 지금 후배들은 ‘그래미 어워즈’까지 간다”며 “방탄소년단이 월드컵 무대에서 노래하는 걸 보고 부러워서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의 활동은 쉼 없이 이어진다. 이승철은 건국대학교 축제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전국투어 콘서트 ‘더 보이스 : 이승철(THE VOICE : LEE SEUNG CHUL)’을 재개하며, 내년 월드투어까지 총 5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그는 음악 인생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사람’을 꼽으며 가수로서의 지향점을 밝혔다.

“좋은 인연이 많이 찾아와준 덕분에 롱런할 수 있었어요. 이젠 손주도 생겼고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모든 분이 숨 쉬듯 무의식적으로 제 노래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레전드보다는 항상 대중 옆에 있는 현역 가수, 언제나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부르는 숨소리 같은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