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추격자 넘어서” 낸드 판 흔드는 中에 삼성·SK 악몽 ‘스멀스멀’ [비즈360]

국회서 ‘글로벌 반도체·AI 산업 세미나’
“YMTC 이제 추격자 아냐…상위 경쟁자”
낸드 1위 삼성전자 시장점유율 계속 줄어
AI 호황 속 YMTC 증설에 격 변동성 우려
“삼성·SK, 고부가 낸드 제품 비중 늘려야”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반도체 전시회 ‘FMS 2025’에서 티투스 로(오른쪽) YMTC 수석 부사장이 특허 기술 ‘엑스태킹 4.0’으로 메모리 부문 최우수 혁신 기술상을 받았다. [YMTC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생산능력과 기술 측면에서 ‘추격자’라는 개념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제 글로벌 ‘상위권 경쟁자’로 입성했습니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수석부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AI 산업 세미나’에서 중국 낸드플래시 제조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최 부사장은 “YMTC를 놓고 잠재적인 위협으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확실한 경쟁자가 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YMTC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 사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상위권 경쟁사들을 바짝 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3D 낸드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28%다.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021년 3분기 당시 기록한 35%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반면, 5년 전 고작 2%에 불과했던 YMTC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분기 13%까지 상승하며 세계 4위권까지 올라왔다. 설립한 지 10년 밖에 안 된 YMTC는 업력이 40년에 가까운 키옥시아, 샌디스크 등과 겨루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최 수석부사장은 “YMTC의 점유율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상승할 줄은 몰랐다. 낸드 시장 구조가 다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진욱·안도걸 의원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 반도체·AI 산업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현일 기자


그 배경으로 강력한 내수 시장을 꼽았다. AI 프로세서(화웨이·캠브리콘) 업체부터 파운드리 회사, 장비업체, 패키징 회사까지 중국 반도체 기업들끼리 하나로 뭉쳐 기술검증을 빠르게 진행하면서 급성장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댄 김 테크인사이츠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막고 있지만 YMTC는 예외라고 짚었다.

낸드는 초미세 경쟁이 아닌 수직으로 높이 쌓아올리는 적층 고단화 경쟁이 한창이다.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그릴 때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수출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댄 김 CSO는 “YMTC는 EUV 수출 통제에 따른 제약이 없기 때문에 생산량이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YMTC는 중국 우한의 세 번째 공장을 연말 가동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지난 5월엔 두 개의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YMTC의 생산능력 확장은 자칫 또 다시 낸드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낸드플래시 기업 YMTC가 자사 특허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을 적용해 양산한 낸드. [YMTC 홈페이지]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키옥시아 등 주요 업체들은 대규모 증설을 자제하며 낸드 공급량을 조절해왔다. 지난 2023년 낸드 공급과잉이 촉발한 재고 탓에 조 단위 적자의 아픔을 봤던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AI 수요 폭증으로 D램에 이어 낸드마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실적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지만 YMTC발 공급량 증가가 변수로 꼽힌다.

최 수석부사장은 “최근 YMTC의 생산능력이 높아지고 있어 굉장히 우려된다”며 “공급이 확대되면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수요 둔화 시 가격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선 현재 낸드 가격 상승에 따라 누리고 있는 수혜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수석부사장은 “한국은 단순 생산량보다는 기업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나 AI 스토리지, 고성능 인터페이스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누가 더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누가 더 높은 신뢰와 성능을 인정받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