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정형 주담대, 아무리 싸게 빌려도 연 5%…월 200은 이자로 나간다[머니뭐니]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하단 금리 요동
모든 우대금리 조건 모두 맞춰야 겨우 연 5%
금리 상승기 거치며 상단 8%, 하단 6% 근접 가능성
은행 예금금리 인상에 연말 변동형 대출 이자도 불어날 듯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과 그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권 대출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에는 모든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한 우량 차주조차 국내 주요 은행에서 연 5% 미만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로 갈수록 변동형 대출금리의 상승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 23일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90%~6.89%로 집계됐다. 6개월 전인 3월 23일 연 4.19~6.79% 대비 상·하단이 모두 상승했다.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연 4.388%에서 연 4.513%로 상승한 영향이다.

특히 하단 금리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5월 29일 연 4.26%에서 7월 1일 연 4.61%, 8월 27일에는 연 4.72%로 올랐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하단금리가 5%를 넘어선 곳은 5개 은행 중 4곳에 달했다. 1개 은행도 조만간 5% 문턱을 넘어서는 게 확실시 된다.

대출 금리는 원가인 준거금리에 은행의 마진 등을 붙인 가산금리에서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상·하단 금리는 은행이 정하는 우대 조건을 얼마나 충족했느냐에 따라 갈린다.

통상 은행의 우대 조건은 계열사 신용카드 일정 금액 이상 사용, 공과금이나 급여 자동이체, 부동산 구입 시 각종 전자계약, 취약 차주 요건 등이다. 현재 대출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겨우 5%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4억원 대출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받을 경우 3월 23일 하단금리 연 4.19%에선 월 195만3000원을 내야 한다. 5%로 오를 경우 원리금 상환액은 214만7000원이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인 대출 차주가 우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통상 하단 금리에서 0.5%포인트 상향한 값이 평균 취급 금리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금리대가 그나마 은행들이 포용금융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낮춘 결과라는 점이다. NH농협은행은 이달 16일 대면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 상·하단 금리를 각각 0.45%포인트, 0.20%포인트 낮춘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은행권 고정형 대출금리 상단이 연 8%, 하단은 6%를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상단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 3.50% 수준이다. 다만 이란과의 중동 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어느 정도로 확대되느냐에 따라 금리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변동형 대출이 향후 금리 상승의 주요 뇌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형 대출은 예금금리와 은행채 등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반영한 신규 코픽스를 준거금리로 사용하는데, 최근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연 3.5% 수준인데, 통상 4분기에 재예치가 많이 이뤄지는 만큼 11월과 12월 신규코픽스가 큰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신규코픽스는 연 3.18%로 4개월 연속 상승하다 지난 달 한 차례 동결됐다.

지난 3월 23일 기준 5대 은행의 변동형 대출 금리는 연 3.61~6.01%다. 만약 당시 연 4%로 4억원(30년 만기·원리금균등분할상환)을 빌렸다면 이 차주가 매달 내야 원리금 상환액은 190만9000원이 된다. 3월 16일 공시된 신규코픽스 연 2.82%를 적용한 값이다.

해당 대출의 준거금리는 신규코픽스 6개월 변동 주기에 따라 지난 23일 연 2.82%에서 3.18%로 오르게 됐다. 이에 이 차주의 월 납입액은 199만3000원이 된다. 만약 내년 3월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올려 신규코픽스가 3.50%로 상승하면 월 납입액은 207만원까지 불어난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차주의 이자 부담은 커지지만, 한편으로는 신규 대출 수요를 억제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에 따른 개인 차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10년 이상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를 주요 준거금리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를 10년물 은행채 금리로 변경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