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늘어도 수입은 감소하는 역설
韓 고궁 입장료, 해외 국가 대비 최저
국민 절반 인상 찬성, 적정 9200원 등
일본은 차등요금제 도입 후 수입 늘어
11월 기준 발표 앞두고 각계의견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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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근정전 [한국관광공사 제공] |
서울 4대 고궁 관람객이 연간 1400만 명을 넘어섰으나 관람료는 21년째 요지부동이다. 해외 주요 문화유산들이 물가를 반영해 제값을 받는 동안, 한국은 초저가 체계로 인한 수입 감소와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요금 현실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인상 폭과 감면 기준을 둘러싼 이견으로 실제 시행 시기는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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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을 찾은 관람객 [한국관광공사 제공] |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4대 고궁 관람객은 1426만 9981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궁궐별로는 경복궁이 전년 대비 6.88% 늘어난 688만 6650명으로 가장 많았고, 덕수궁(356만여 명), 창덕궁(221만여 명), 창경궁(160만여 명)이 뒤를 이었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의 증가세가 가팔라 경복궁 외국인 관람객은 전년 대비 37.34% 늘어난 278만 3998명에 달했으며, 4대 궁 전체 외국인 관람객도 2021년 5만여 명에서 지난해 409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한국 관광의 필수 명소로 자리한 셈이다.
그러나 관람객 증가세와 달리 유적 관리 재정 구조는 악화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전체 관람객 1781만 4848명 가운데 무료 관람객은 69%인 1229만 명에 달했다. 2024년과 비교해 전체 관람객은 12.9% 늘어났으나, 유료 관람객은 오히려 5.2% 줄면서 관람료 수입은 4.1% 줄었다.
관람 인원이 늘어날수록 현장 청소, 질서 유지, 긴급 보수 등 관리 비용과 행정 부담은 늘어나지만 재정 수입은 뒷걸음질 치는 기형적 구조가 심화된 것이다. 이에 문화유산의 가치 반영과 유적 관리 재원 충당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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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 제작] |
재정 악화의 1차적 원인으로는 2005년 이후 21년째 묶여 있는 요금 체계가 꼽힌다. 현재 성인 관람료는 경복궁과 창덕궁이 3000원이며, 창경궁, 덕수궁, 종묘 및 조선왕릉은 1000원에 불과하다. 국가유산기획평가원이 빅맥 지수로 비교한 결과, 경복궁 관람료(3000원)는 빅맥 단품(5700원)의 0.5개 가격에 그쳤다. 반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은 5만 2510원(9.2개), 영국 버킹엄 궁전은 11만 7600원(20.6개), 중국 자금성은 1만 1780원(2.1개), 베트남 후에 황성은 1만 700원(1.9개), 일본 교토 니조성은 6860원(1.2개)을 징수하고 있다. 개인 정원에서 출발해 시립 공공 정원이 된 일본 아오모리현 후지타 기념정원 입장료(320엔, 약 2760원)가 경복궁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한국 궁·능 관람료는 주요국 문화유산 중 최저 수준이다.
초저가 구조가 유지되는 사이 현장 훼손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경복궁 근정전에서는 한 문짝에서 10개가 넘는 창호지 구멍이 발견됐으며, 교태전과 사정전 등 손 닿는 높이에서도 유사한 훼손 흔적이 확인됐다. 경복궁관리소는 창호지 파손의 약 60%를 관람객에 의한 인위적 행위로 집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문 담벽에서 노상방뇨를 한 외국인 관람객에게 범칙금이 부과됐고, 영추문 담장 낙서와 쓰레기 무단 투기도 이어졌다. 국가유산청이 현장 캠페인을 벌이며 계도에 나섰으나 현장 감시와 상시 수리를 위한 실질 재원이 부족해 대응에 한계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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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 요금제를 도입한 일본 히메지성 전경 [히메지성 관리사무소 제공] |
관람료 인상 자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확인된 상태다. 한국성과연구원이 진행한 대국민 설문조사(6635명) 결과 국민의 50%가 문화유산 가치 반영 등을 이유로 인상에 찬성했으며 반대는 19%에 그쳤다. 국민이 제시한 적정 관람료는 고궁 평균 9203원, 능원 평균 7196원으로 현행의 3배 수준이었다.
다만 내·외국인 차등요금에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같은 요금을 적용하자는 의견이 전문가 60%, 국민 58%로 가장 많았고, 외국인에게 더 높은 요금을 매기자는 의견은 전문가 40%, 국민 34%에 그쳤다.
반면 이웃한 일본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은 지난 3월부터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시민에게는 1000엔을 유지하되 비거주자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2500엔을 받는다. 시행 첫 달 전체 입장객은 전년 대비 16% 줄었지만, 객단가 상승 효과로 인해 총 관람료 수입은 기존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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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정부는 오는 11월 새 관람료 기준을 발표하고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간 650만 명이 찾는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2008년 성인 2000원 요금 폐지 이후 18년간 유지해 온 무료 운영 방침을 접고 상설전시 유료화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행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관람료 인상 폭부터 할인·면제 체계까지 세부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팽팽하다. 적정 인상 폭에 대한 시각차는 물론, 내·외국인 차등 요금제 도입 시 불거질 수 있는 차별 논란 등이 정책 결정의 난제로 꼽힌다. 단순 요금 조정을 넘어 감면 체계 정비와 대국민 설득 등 선행 과제까지 고려하면 실제 관람료 인상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외국인 차등 요금제 찬반뿐 아니라 한복 착용자 무료입장 유지 여부 등 단순히 금액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얽혀 있는 연동 사안이 많다”며 “20년 넘게 묶였던 요금 체계를 손보는 만큼 빠른 실행보다는 숙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