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신차·금융비용에 기존 차량 오래 타기
6~14년 차량 1억1000만대 부품·정비 수요 증가
신차 판매엔 악재지만 애프터마켓엔 새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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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차량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신차 가격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기존 차량을 오래 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인들이 타는 자동차가 갈수록 늙어가고 있다. 신차 가격 상승과 높은 금융비용에 새 차 구입을 미루고 기존 차량을 고쳐 타는 소비자가 늘면서 미국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평균 연령이 사상 처음 13년에 도달했다.
‘새 차를 사는 소비’가 ‘헌 차를 고쳐 쓰는 소비’로 바뀌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에는 부담이지만 자동차 부품과 정비업체에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와 경트럭의 평균 연령은 13년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의 평균 연령은 2024년 12.6년, 지난해 12.8년에서 올해 13년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자동차가 늙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새 차로 바꾸지 않고 기존 차량을 더 오래 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신차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자동차 대출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차량 교체에 드는 비용 부담이 커졌다. 자동차의 내구성이 개선돼 예전보다 오래 탈 수 있게 된 것도 차량 교체 주기를 늘리는 요인이다.
미국 자동차의 노후화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2008년만 해도 미국 자동차 평균 연령은 10.4년이었지만 2014년 11.4년, 2021년 12.1년, 2024년 12.6년으로 꾸준히 늘었다. 20년 가까이 자동차 평균 연령이 3년가량 길어진 셈이다.
특히 승용차의 노후화가 두드러진다. 미국 교통통계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올해 승용차의 평균 연령은 약 14.1년으로 추정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등 경트럭의 신차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기존 승용차가 더 오래 도로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늙으면서 미국인의 자동차 관련 지출도 신차 구매에서 수리와 부품 교체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통상 출고 후 6~14년 된 차량을 부품 교체와 정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애프터마켓의 ‘스위트 스폿’으로 본다. 현재 미국 도로에는 이 연령대 차량만 1억1000만대 이상으로 전체 차량의 약 38%를 차지한다. 2028년에는 그 비중이 약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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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차량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신차 가격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차량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자동차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
차량이 오래될수록 엔진과 전기계통, 냉각장치 등에서 수리 필요성이 커진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소비지출 분석에서도 11~15년 된 차량은 엔진 튠업과 전기·배기·냉각계통 수리 등에 드는 지출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장비·액세서리 지출 역시 차량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변화다. 기존 자동차를 1~2년씩 더 타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신차 교체 수요가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동차 부품업체와 정비업체에는 기회다. 미국 자동차 애프터마켓은 신차 판매와 달리 차량이 오래될수록 교체해야 할 부품과 수리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량이 세단에서 SUV와 픽업트럭 등 대형 차량으로 이동한 것도 애프터마켓 시장에는 호재로 꼽힌다. 대형 차량은 소형차보다 유지·보수 비용 자체가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자동차가 무작정 오래될수록 부품업체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차량이 지나치게 노후화되면 소비자가 큰돈을 들여 수리하기보다 차량 자체를 폐차할 가능성이 커지고, 차종별로 필요한 부품도 달라 재고 관리가 복잡해진다.
미국의 ‘13년 자동차’는 단순히 자동차의 수명이 길어졌다는 의미를 넘어 미국 가계의 소비 변화도 보여준다. 비싼 신차와 높은 금융비용 앞에서 새 제품으로 교체하기보다 이미 가진 제품을 더 오래 사용하는 쪽으로 소비자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차 판매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제 ‘누가 새 차를 더 많이 파느냐’뿐 아니라 ‘이미 도로에 나온 13년 된 차를 누가 더 오래 달리게 해주느냐’가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