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시장 ‘믿을맨’? 사상 최대액 쏟아부은 中, 올해 1000t 넘게 수입

올해 이란 전쟁 등의 여파로 금값이 급등락으로 혼조를 보였던 가운데, 중국이 금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EPA]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올해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 시세를 보였던 금에 대해 중국이 막대한 수요로 시세를 뒷받침해 주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동안 1000t이 넘는 금을 수입하느라 1588억달러를 지출했다. 금 수입에 쏟아부은 자금 규모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은 한 해 동안 금 886t을 수입했고, 여기에 들인 자금은 965억달러였다.

중국은 당시 금값이 크게 오르자, 금 매입을 억제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과 투자자들이 자산을 다변화하려 하면서,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이기도 하다. 지난해는 총 384만t의 금을 생산했다. 그럼에도 올해 금 매입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 대해 중국 최대 금 생산업체인 쯔진광업그룹 계열 골드마운틴스자산운용의 리사 류 전무는 “중앙은행과 민간 투자자 모두 더 광범위한 장기 자산 보전 전략의 일환으로 준비자산과 저축을 거래상대방 위험이 없는 자산 쪽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전무는 “이는 단기적인 거래가 아니라 가계와 공공 부문 자산을 수년에 걸쳐 재배치하는 과정”이라면서 “중국의 매수 규모와 지속성은 이제 국제 금값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이 됐으며, 성장과 지정학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이런 흐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금 매입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수요다. 중국은 2021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투자 선택지가 매우 제한됐다. 여기에 미국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채권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분산 투자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앙은행도 안전자산 확보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금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은 공식 발표치보다 많은 금을 매입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중국인민은행이 지난 7월 금 35t을 매입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중국 당국은 금 매입 규모를 20t이라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금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금의 부상과 맞물려 안전자산으로 분류됐던 미 국채는 더욱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지난 7월 6180억 달러로 감소, 2008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금리상승기에 금 시세가 하락했던 과거의 패턴이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인베스코의 아시아태평양 고객솔루션 총괄인 크리스토퍼 해밀턴은 과거에는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금값이 하락했지만, 지금은 이런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싶은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자의 매입이 여전히 금값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