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조선협력센터 법률 자문 변호사 인터뷰
양국 역량 결합 사업구조 설계 과제
韓기업의 현지 지속가능 기반 마련 관건
국내 중소 조선 기자재 업체들도 美 진출 관심
정부의 가교 역할 필요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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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 현장에 ‘마스가’ 프로젝트 기념 모자가 놓여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이제는 미국에 구체적인 계약과 투자 구조를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주우혁 법무법인 동인 국제법무팀 변호사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이행을 위해선 미국의 국가 안보와 조선 산업 재건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시에 그는 “미국 진출의 핵심은 단순히 ‘미국에 법인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지속가능한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구체적인 협력 사업 모델을 발굴해 미국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현지에 정착하는 기반 조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주 변호사는 현재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 일환으로 지난 7월 미국 워싱턴에 개소한 한미조선협력센터(KUSPC) 운영 관련 법률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 정부가 선언한 마스가 프로젝트는 아직 여러 난제에 봉착해 있다. 미국은 해군력 강화를 위해 최소 100척 이상의 군함을 새로 건조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한국 협조로 자국 조선업을 부활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실리를 챙겨야 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군함을 건조하려면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하고, 한국에서의 건조는 안보 규제로 가로막혀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미국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으라’고 한국을 압박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주 변호사는 한미 조선협력 논의 자체엔 이미 속도가 붙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KUSPC를 통해 인력 양성이나 이미 양국 기업과 정부 간에 이뤄진 업무협약(MOU)을 이행하기 위한 예산이 집행되는 중인 만큼 프로젝트는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입장에선 자국 조선 산업의 생산 기반과 일자리를 보호하면서도, 한국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 미국 조선 산업의 생산성과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러 정책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법률적 과제는 미국 내 투자·고용·기술이전·인력 양성과 한국의 조선 역량을 결합하는 구체적인 사업 구조를 법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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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 전경. [챗GPT를 이용해 생성한 이미지] |
현재로선 미국 군함 건조에 앞서,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위한 국내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군함 MRO는 국내 조선 대기업뿐 아니라 기자재를 조달하는 중소 협력사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업 기회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한국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KOMEA)은 최근 동인 측에 국내 기자재 업체들이 미국 군함 MRO 밸류체인에 진입하기 위한 자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주 변호사는 “미국 군함 MRO 사업에 기자재를 납품하거나 관련 사업에 새롭게 입찰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문의가 많은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선 현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내 기업 거점을 구축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미 협력 사업 규모를 키우는 방안으론 주 변호사는 ‘복수낙찰’ 방식을 제안했다. 복수낙찰이란 공공입찰 때 2개 이상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 군함 MRO 사업에 미국 현지 업체와 한국 업체가 함께 참여하도록 제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복수낙찰은 국내에도 법적 근거가 있지만 아직 시도된 전례는 없다. 반면 미국 정부에선 업체들 사이 경쟁을 유도하고 사업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특히 방산 분야에서 적극 활용하는 제도다.
주 변호사는 “미국 입장에서도 자체 군함 사업을 발주하면서 한국 업체에만 일감을 주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복수낙찰 제도를 통해 군함 MRO를 맡는 여러 사업자 중 하나로 한국 업체가 포함된다면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미국 정부가 아직 군함 MRO에 복수낙찰을 적용한 사례는 없어,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적극 제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변호사는 이와 같이 한국 정부가 한미 협력 사업 모델을 적극 발굴하고, 동시에 국내 업체에 현지 규제를 안내하는 ‘가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미국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정부가 기업과 미국 정부·의회 사이에서 제도적인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개별 규정을 각각 검토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사업 구조 전체가 어떤 규제를 받게 되는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가이드와 지원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