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집중한다더니, 이젠 CNN까지”…머스크 ‘미디어 제국’ 투자설에 주주들 부글

파라마운트, 머스크에 합병사 지분 투자 제안 검토
차·우주·AI·SNS 이어 영화·방송까지 영향력 확대
테슬라 투자자 “경영 집중력 분산·이해상충 우려”
일론 머스크. [로이터]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자동차와 우주, 인공지능(AI), 소셜미디어를 아우르는 일론 머스크의 사업 영토가 영화·방송산업으로까지 넓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머스크를 지분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머스크가 만일 지분 투자에 참여하게 되면 CNN과 CBS뉴스, HBO 등까지 품게 될 초대형 미디어그룹과 연결된다. 하지만 테슬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머스크의 관심이 또 다른 사업으로 분산되고, 머스크 소유 기업 간 거래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세마포어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경영진은 머스크에게 합병회사의 지분 투자자 그룹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제 제안이나 투자로 이어질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머스크와 파라마운트 측을 연결하는 인물은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의 아버지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다. 머스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래리 엘리슨은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해 비상장사로 전환할 당시 10억달러를 투자했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테슬라 이사로도 활동했다.

▶머스크 투자금으로 래리 엘리슨 부담 낮추나=파라마운트는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부채를 포함한 거래 규모는 약 1100억달러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 3곳은 합병에 약 24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이들 펀드는 통합회사의 지분 38.5%를 보유하게 된다. 다만 의결권이나 이사회 참여 권한은 갖지 않는 구조다.

래리 엘리슨은 400억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개인적으로 보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마운트가 머스크를 포함한 억만장자 투자자를 추가로 끌어들이면 래리 엘리슨에게 집중된 재정 부담을 낮추고 투자자 구성을 다변화할 수 있다.

머스크의 참여 자체가 합병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강력한 개인투자자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로켓·AI 이어 할리우드까지=이번 투자설은 머스크가 자신의 기업들을 하나의 거대한 기술 생태계로 묶는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스페이스X는 올해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합병했다. 이를 통해 스페이스X의 로켓과 스타링크 위성망, 소셜미디어 엑스(X), AI 챗봇 그록이 한 회사 아래로 들어갔다. 합병 당시 통합회사의 기업가치는 1조2500억달러로 평가됐다.

테슬라도 지난 3월 스페이스X 주식에 2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1% 미만을 확보했다. 애초 xAI에 투자하기로 했던 자금이 스페이스X의 xAI 인수 이후 스페이스X 지분으로 전환된 것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AI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 밖에도 뇌신경과학기업 뉴럴링크와 터널굴착기업 보링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파라마운트 투자까지 현실화하면 자동차·에너지·우주·위성통신·AI·SNS에 이어 영화와 방송산업까지 영향력을 넓히게 된다.

▶“테슬라에 집중한다더니”…투자자 불만=머스크의 사업 확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사업 간 기술과 자본을 공유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테슬라의 자금과 인력이 머스크의 다른 회사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 자료에서는 테슬라·xAI·엑스 등 머스크 기업들 사이에 지난해 6억5000만달러 규모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과 배터리 구매부터 주식 투자, 항공기 공동 이용까지 거래 구조도 복잡했다. 머스크가 양쪽 회사 모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거래 조건과 자본 배분이 각 회사의 일반 주주에게 공정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와 화성 사업에 집중하면서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거액의 성과보상안을 승인한 배경에도 머스크를 테슬라 경영에 붙잡아 두려는 목적이 있었는데 또다시 미디어 투자설까지 불거졌다는 것이다. 올해 테슬라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면서 핵심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머스크의 경영 집중력을 둘러싼 의문이 커졌다.

다만 머스크 기업 간 결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투자자도 있다. 스페이스X와 xAI의 합병 추진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테슬라 주가가 약 5% 상승하는 등 우주·AI·자율주행 기술의 결합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기도 했다.

▶CNN·CBS뉴스와 불편한 동거 가능성=머스크가 파라마운트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정치적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합병회사는 CBS뉴스와 CNN을 함께 거느리게 된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었고 선거 때마다 공화당 후보들에게 거액을 지원해 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를 지속해서 비판해 온 매체다.

다만 머스크가 단순 지분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해서 곧바로 뉴스 편집권이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 규모와 의결권, 이사회 참여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파라마운트는 합병 승인 과정에서 CNN과 CBS뉴스의 편집권 독립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감독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결국 이번 투자설은 머스크가 미디어 경영에 직접 뛰어들었다기보다 파라마운트가 그의 자금력과 시장 영향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러나 실제 투자가 성사되면 머스크의 사업 영역 확대를 둘러싼 기대와 함께 테슬라 경영 집중도, 계열사 간 이해상충, 뉴스 매체의 독립성 논란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