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체중인데 비만주사를 왜?”…미국내 ‘승인밖 사용’ 15배 급증, 부작용은?

오젬픽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에서 오젬픽·위고비 등 GLP-1 계열 당뇨·비만 치료제를 의학적 승인 없이 복용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성인 9200만명 이상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새 연구를 인용해 비만이나 당뇨 등 GLP-1 약물 사용의 적응증에 해당하는 질환 기록이 없는데도 이 약을 복용한 사람이 110만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연구를 이끈 뉴욕대 랭곤헬스의 비만의학 전문의 바박 오란디는 “이런 사례는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며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사용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게 나한테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23일 학술지 ‘오비시티(Obesity)’에 게재됐다.

현재 GLP-1 약물은 비만·당뇨병과 일부 심혈관질환 예방, 수면무호흡증, 당뇨병성 신장질환 등 제한된 적응증에 한해서만 승인돼 있다. 하지만 대중적 관심 폭발과 제약사들의 공격적 마케팅이 맞물리며 승인 범위를 벗어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버드대 의대 닐스 크뤼거 연구원은 “일반 대중이 특정 약물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아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실제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이른바 ‘오프라벨(허가 외 사용)’ 처방은 무려 15배 늘었다. 연구진은 원격의료 플랫폼이나 조제약 형태로 구한 GLP-1은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당뇨가 없는 사람들이 약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체중 감량이다. 비적응증 복용자 3명 중 1명 이상은 체질량지수(BMI)가 이미 정상 범위였고, 이들은 약을 쓰지 않은 사람보다 섭식장애 진단 이력이 있을 가능성도 훨씬 높았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의료진들은 우려할 만한 신호로 보고 있다.

이 밖에 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경우도 더 많았고, 생식능력 개선이나 음주 욕구 억제, ‘브레인 포그’ 완화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수적 효과를 기대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오란디는 전했다.

미시간대 의대 앤드루 크래프트슨 교수는 이번 연구가 처방하는 의료진 쪽 문제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바쁜 일차진료 의사들이 환자의 요구에 “뭐가 그렇게 해롭겠어”라는 생각으로 쉽게 처방전을 써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포괄적인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위험 대비 이득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비만·당뇨가 없는 사람에게 GLP-1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거의 없다. 주요 임상시험에서 이들이 대부분 제외됐기 때문이다. 크뤼거 연구원은 과체중이 아닌 사람에게는 영양실조나 근육량 감소 같은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말하자면 지금은 거대한 ‘오젬픽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