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AI 속도조절론’ 충격 벗었다

주가 ‘조절론’ 급락전 수준 회복
인텔·AMD AI반도체 수요 늘어
外人 주식 순매도세 진정 국면
투자심리 회복 속 매수 기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1일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코스피 지수가 장중 70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AI 속도조절론’에 급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격 이전 주가를 회복했다. AI 속도조절론 주장이 미국에서 반독점 소송으로 비화되는 등 반발에 부딪히고, 오히려 인텔이나 엔비디아 등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수요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증권가에선 AI 반도체의 견조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국내 주요 반도체주의 외국인 투자 심리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 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35% 오른 26만35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AI 속도조절론이 불거진 14일 24만8500원까지 밀렸지만 이후 반등, 18일에는 26만원까지 올라섰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49% 오른 185만8000원에 장을 시작했다. 14일 168만3000원까지 떨어졌지만 18일에는 184만9000원까지 회복했다.


최근 악재로 꼽혔던 AI 속도조절론도 완화하는 추세이다. 주말 사이 반독점 소송으로 번지는 등 속도조절론 논리가 반발에 부딪히는 형국이다. 앤트로픽과 오픈AI, 구글, SpaceXAI 등 AI 기업들은 AI 개발 속도를 함께 늦추려 했다는 이유로 미국 연방법원에 피소됐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AI 기업들이 공동으로 개발 속도를 늦출 경우 미국 반독점법이 금지하는 경쟁사 간 합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선 AI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주 반등 요인으로 주목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제한적인 메모리 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내년 공급 여건이 더욱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고, AMD 역시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공급능력을 상회하고 있어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며 “여기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내년 칩 판매량이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밝히며 AI 반도체 투자심리를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AI 설비투자(CAPEX) 사이클, 기업 실적 모멘텀 등 증시 본질적인 동력인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았기에 그만큼 외부 충격에도 주가 회복력이 강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외국인 순매도세도 최근 진정되는 추세이다. 최근 들어 두 종목에 강도높은 순매도세를 기록한 외국인은 지난 18일엔 SK하이닉스를 1조3309억원 순매수하며 매수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4349억원 순매도했지만 최근 매도세에 비하면 축소된 수준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단순한 지수 상승보다 반도체 주도력 회복과 외국인 수급 개선”이라며 “유가와 시장금리가 추가로 안정되고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다면 최근 조정은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변수는 있다.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일정에 변화가 생기면서 AI 기업의 성장과 자금조달 속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의 투자 속도가 느려지면 AI 수요를 전제로 데이터센터와 GPU에 먼저 투자한 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매디슨 레자이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AI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설비투자를 줄이거나 모델 훈련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아니다”라며 “다만 모델 훈련이 둔화될 때 데이터센터 수요가 어떻게 달라질지 투자자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송하준·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