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홍해 요충지 장악·사우디 폭격…美 “직접 개입 안 해”

CNN “공습 요구 트럼프 거부…무력 사용 선 그어”
수도 리야드·정유시설 피격…에너지 위기 고조
걸프권 “동맹 방치 땐 이란 득세”…워싱턴 성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만찬 중 발언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전략 요충지를 장악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본토를 연쇄 타격하며 중동 내 분쟁을 급격히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미군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완강히 선을 긋고 있어 걸프 동맹국들과 미 외교가에서 강한 불만과 좌절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후티 반군이 최근 홍해의 전략적 요충 섬을 점령하고 핵심 해상 운송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완전 통제를 목표로 진격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후티 반군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주요 시설과 얀부 지역의 아람코 정유 시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단행하며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사우디 국방부는 방공망을 통해 요격했다고 밝혔으나 수도 인근 상공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등 본토 방어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에 걸쳐 통화하며 미군의 후티 공습 동참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한 미국 관리는 “선제적 공격 타격은 없다”며 미군의 물리적 타격을 배제하는 확고한 ‘레드라인’을 재확인했다. 현재 미국의 군사 지원은 정보 및 정밀 표적 데이터 공유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최근 기자들과 만나 “후티 반군이 우리에게 연락해 우리와는 싸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그들이 불만을 가진 나라는 오직 하나(사우디)뿐이며,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혀 동맹국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바버라 리프 전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핵심 동맹을 공격한 테러 단체와의 합의를 더 우선시하는 태도로, 파트너십을 가혹하게 대하는 충격적인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우디와 예멘 정부군은 미국의 정보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상전에서 후티의 거센 공세를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군은 미사일 요격체 재고가 바닥나 프랑스, 영국, 파키스탄, 이집트 등에 긴급 방공망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여기에 사우디가 최근 유럽행 석유 수출을 감축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까지 가중되고 있다.

중동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소극적 태도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대리 세력 결속력을 강화하고 호르무즈 해협 협상마저 교착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조이 후드 전 주튀니지 미국 대사는 “후티의 홍해 진격은 이란 혁명수비대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며 “미국이 최소한의 군사적 억지력조차 투사하지 않으면서 현지 동맹군을 완전히 무력감에 빠뜨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