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직접 과실 없어도 브랜드 실책에 이름 연루
위상 커진 만큼 현지 문화 감수성 검증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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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다스와 첫 공동 디자인 컬렉션을 선보인 뒤 이스라엘 현지 광고 논란 여파로 해외 팬들로부터 협업 중단 요구를 받고 있는 블랙핑크 멤버 제니. [아디다스]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는 K-팝 스타들이 글로벌 패션·스포츠 브랜드의 간판 모델로 잇따라 발탁되고 있는 가운데, 파트너 기업의 마케팅 실책과 서구권의 첨예한 역사·지정학적 갈등 요인이 불거질 때마다 뜻하지 않게 아티스트의 이름이 구설에 오르내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티스트 개인의 과실이 아님에도 메가 캠페인의 상징으로 전면에 나선 탓에 해외의 복잡한 사회적 뇌관에 간접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신발 브랜드 컨버스는 지난달 출시한 ‘척 70 X’ 캠페인의 소셜미디어 광고 사진을 긴급 삭제하고 공식 사과했다. 해당 이미지 속 고깔 형태의 흰색 천과 늘어진 신발 연출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백인 우월주의 테러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의 흰 두건과 흑인 린치 피해자를 연상시킨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컨버스 측은 “이러한 이미지가 발생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과오를 인정했다.
이번 캠페인에는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메인 모델로 참여했다. 대중의 비판은 컨버스 본사의 디자인 및 마케팅 기획을 향했을 뿐 모델 개인을 직접 겨냥한 공격은 없었으나, 론칭의 대표 얼굴로 활약하던 아티스트로서는 브랜드의 인종차별 연상 논란과 함께 캠페인이 언급되는 상황 자체를 피하기 어려웠다.
이보다 앞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아디다스는 최근 이스라엘 현지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전직 이스라엘군(IDF) 군인이자 장애인 선수를 모델로 한 단독 프로모션을 진행했다가, 가자지구 분쟁 상황과 맞물려 친팔레스타인 진영의 거센 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문제는 이스라엘 지사의 로컬 프로모션과 무관하게, 아디다스와 대규모 협업 컬렉션을 선보인 블랙핑크 제니의 개인 SNS로 불똥이 튀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소비자와 팬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윤리적 행동주의(Boycott & Pressure)’ 양상과 맞닿아 있다. 과거 기업의 실책이 단순 제품 불매 운동에 그쳤다면, 최근 해외 젊은 세대는 자신이 지지하는 아티스트에게 직접 계약 파기나 정치적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흐름을 보인다. 실제로 제니의 SNS에 ‘#FreePalestine’ 해시태그와 함께 “아디다스와 관계를 끊으라”는 댓글이 쏟아진 것처럼, K-팝 스타의 막강한 파급력을 자신들의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K-팝의 위상이 세계 최정상급으로 도약하면서 맞닥뜨린 새로운 차원의 구조적 과제로 평가한다. 과거 K-팝이 해외에서 겪은 논란이 주로 레게 머리나 특정 종교 상징물의 뮤직비디오 차용 등 기획사 자체의 무지에서 비롯된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K-팝 스타가 글로벌 메가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은 만큼 협업하는 해외 본사의 윤리적·정치적 리스크까지 사전 검증해야 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리스크 관리’ 단계로 요구 수준이 격상됐다.
서구권의 복잡한 인종차별 역사나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은 국내 기획사가 통제하기 극히 까다로운 영역이다. 하지만 전 세계 소비자에게는 브랜드 본사 경영진보다 피드를 장식하는 K-팝 스타의 얼굴이 훨씬 가깝고 강력한 상징으로 각인되는 만큼, 글로벌 계약 체결 단계부터 파트너사의 평판과 현지 정서를 면밀히 살피는 입체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