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화제] 장사 너무 잘돼 문 닫은 한인 목사 부부의 가정식 카페

라미라다 뒷마당 카페 '도토리 커피 로스터'

대박 나서 두달 만에 문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사연

흑임자 라테·한국식 베이커리 메뉴 SNS서 폭발적 인기

주말이면 손님 북적…주택가 차량·주차난에 HOA 문제 제기

"커피가 목사보다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더라…정식 매장 찾는 중"

라미라다 주택가 앞마당에 놓인 작은 입간판(왼쪽)과 뒷마당의 카페[yelp]

'장사가 안돼서'가 아니라 '너무 잘돼서' 문을 닫은 카페가 있다. 그것도 상가에 있는 카페가 아니라 한인 목사 부부가 자기 집 뒷마당에 차린 작은 카페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와 오렌지 카운티의 경계에 위치한 라미라다의 조용한 주택가 오크우드 레인. 집 뒤뜰에 나무 벤치와 의자, 한국식 평상을 직접 만들고 커다란 파라솔을 세운 '도토리 커피 로스터(Dotoree Coffee Roaster)'가 지난봄 문을 열었다.

주인은 한인 목회자 대니얼 정씨와 아내 선 박씨. 가족이 함께 좋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조그만 뒷마당 카페였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LA와 오렌지카운티 곳곳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결국 몰려드는 차량과 주차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부부는 지난 6월29일 스스로 영업을 중단했다.

LA타임스가 소개한 정씨 부부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성공의 역설'이다.

2000년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정씨는 현재 지역 한인교회에서 목회자로 일하고 있다. 커피와의 인연은 약 10년 전 시작됐다. 워싱턴주에서 커피 로스터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형에게 배워 프라이팬으로 직접 원두를 볶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취미처럼 즐기던 커피를 가족 사업으로 발전시킨 것이 도토리였다. 부부는 지난 4월 문을 열기 전 수개월 동안 메뉴를 연구하고 뒷마당에 벤치와 스툴, 사람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한국식 평상을 직접 만들었다.

정씨는 에티오피아와 브라질, 콜롬비아산 생두를 벨웨더(Bellwether) 로스터로 직접 볶았다. 자신들이 사는 거리 이름을 딴 '오크우드(Oakwood)'와 디카페인 커피 '라미라다 선셋(La Mirada Sunset)'이라는 시그니처 블렌드도 만들었다. 원두는 로스팅한 지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특히 흑임자 라테와 오렌지 향을 넣은 크림을 에스프레소에 얹은 '오렌지 콘파나'가 인기를 끌었다.

음식은 솜씨 좋은 아내 박씨의 몫이었다. 한국의 베이커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바나나 프렌치토스트, 산타애나의 6100 Bread 사워도우를 이용한 토마토 토스트, 직접 만든 베이컨·파 크림치즈를 넣은 '스프링 가든 베이글' 등을 선보였다.

손님들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주던 정씨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20년 넘게 교회 사역을 해왔는데, 좋은 커피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목사보다 더 많이요."

'도토리 커피 로스터' 카페로 들어가는 뒷마당 입구(왼쪽)와 뒷마당의 평상식 테이블[yelp]

●"LA 근처 가장 아늑한 곳"…SNS 타고 손님 폭발

도토리의 인기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개업 두 번째 주말부터 수십 명의 손님이 뒷마당을 채웠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카페를 발견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들은 도토리를 "LA 근처에서 가장 아늑한 곳 중 하나", "작은 한국의 한 조각"이라고 소개했다. 평범한 가정집 뒷마당이 소규모 로스터리로 변신한 모습 자체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따뜻한 느낌의 목재 가구와 귀여운 도토리 모양 쿠션까지 더해지면서 사진과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토요일이면 파라솔 아래 의자와 벤치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LA뿐 아니라 오렌지카운티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왔다.

일반적인 카페라면 더없이 반가운 '대박'이었다.

그러나 도토리는 일반 카페가 아니었다.

정씨 부부가 받은 허가는 LA카운티 보건국의 '마이크로엔터프라이즈 홈 키친 오퍼레이션(MEHKO)'이었다. 주민이 자신의 집에서 소규모 음식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비영리단체 COOK Alliance 등의 활동에 힘입어 2019년 MEHKO를 합법화했고, LA카운티는 2024년 5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400건 이상의 허가가 승인됐다.

하지만 말 그대로 '소규모' 영업을 전제로 한다. 주당 판매할 수 있는 식사는 90끼로 제한되고 집 앞 잔디밭 등에 영업을 알리는 간판을 세울 수도 없다. 전날 조리한 음식은 적절하게 보관했더라도 다음 날 판매할 수 없다.

도토리는 그 '소규모'의 범위를 뛰어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주택가에 자동차가 빼곡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교통과 주차였다.

정씨 부부의 맞은편에 사는 이웃 마이클 웡은 집들이 없는 비교적 넓은 주차 공간까지 자동차가 꽉 들어찼다고 회상했다.

"특히 토요일 아침이면 차가 정말 많았습니다."

웡의 아내는 LA와 오렌지카운티 곳곳에 사는 자신의 친구들이 라미라다의 도토리를 찾아오는 것을 발견했다. 소셜미디어를 열면 자신이 살고 있는 거리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일부 주민은 결국 자신의 우편함 앞에 '주차 금지' 표지를 세웠다.

6월 어느 날에는 정씨가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지역 주택소유주협회(HOA) 회장이었다. 그는 커피를 마음에 들어 했고 나중에는 아내까지 데리고 다시 찾아왔다고 정씨는 전했다.

하지만 HOA 회장은 동시에 이웃들이 늘어난 차량과 거리 혼잡을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몇 주 뒤 HOA는 정씨에게 연락해 도토리의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주택은 주거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이유였다.

정씨는 카운티에 문의했다. 카운티 측에서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근거를 갖고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정씨는 싸우는 대신 문을 닫는 쪽을 택했다. 그는 도토리를 열기 전 HOA와 별도로 협의하지는 않았다고 LA타임스에 밝혔다.

정씨는 몰려든 자동차와 가족 단위 손님들이 자신의 집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이웃들의 우려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리를 보니 정말 차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끼리 우리 집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어요."

HOA 회장은 LA타임스의 거듭된 논평 요청에는 답하지 않았다.

도토리 카페에서 팔던 한국식 베이커리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들[yelp]

● 하루 200개 메뉴…다섯 자녀 중 세 명까지 투입

폐업을 앞둔 마지막 몇 주 동안 도토리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정씨 부부는 하루에 무려 200개에 달하는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다. 부부 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다섯 자녀 가운데 세 명까지 나서 음식 준비와 손님 응대를 도왔다.

결과적으로 작은 뒷마당 카페는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가족 사업이 됐다.

정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것도 매출이나 몰려드는 손님이 아니었다.

영업을 마치면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어떻게 손님을 맞고 어떻게 일을 나눌지 작전을 짰다.

"일이 끝난 뒤 함께 밥을 먹으면서 내일의 전략을 세웠습니다. 가족 모두에게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문을 닫는 결정은 더욱 가슴 아팠다.

하지만 정씨는 계속 영업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이 '도토리'를 시작한 취지와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카페 이름 '도토리'는 한국말 그대로 'acorn'을 뜻한다. 정씨에게 도토리는 아주 작게 시작하지만 언젠가는 크게 자라 다른 이들에게 양식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를 상징한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준비도 돼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많은 분이 우리와 이 공간을 사랑해주신 데 정말 감사합니다."

● 폐업 모르고 찾아온 손님에 '공짜 커피'

도토리처럼 '너무 잘돼서' 고민에 빠진 가정 카페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에코파크의 그림 같은 주택 카페 '그라나다(Granada)' 역시 LA카운티의 MEHKO 허가를 받은 곳으로, 지난 1월 문을 연 뒤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공동 운영자인 시드니 웨이저는 어느 날 조용한 앤젤리노 하이츠 거리에 수백 명이 몰렸고 결국 이웃 한 명이 카운티 보건국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웨이저 부부는 MEHKO 판매 한도를 넘지 않고 주택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영업일을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으로 제한했다. 예약제도 검토했지만 이후 손님 흐름이 자연스럽게 안정됐다고 한다. 이들은 불편을 감수한 주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웃 주민들만을 위한 파티도 준비하고 있다.

도토리는 지난 6월29일 문을 닫았지만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7월 초에도 폐업 사실을 모르는 손님들이 거의 매일 정씨 집을 찾아왔다. 라카냐다 플린트리지처럼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정씨는 그런 손님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못했다. 먼 길을 달려 자신의 커피를 마시러 왔다는 사실이 고마워 무료로 커피를 내려줬다.

부부는 현재 도토리를 다시 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한 번에 손님을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예약제도 한 방법이다. 최근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직장을 구했지만 동시에 도토리가 들어갈 수 있는 정식 상가도 계속 찾고 있다.

언젠가는 이웃들에게 '집처럼 편안한 카페'를 선물하고 싶다는 꿈도 그대로다.

수개월 동안의 짧고도 뜨거웠던 '뒷마당 카페' 경험을 통해 정씨가 얻은 교훈은 역설적이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너무 많아지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요."

정리=이명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