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최악 상황 남았다”…6주 예상한 사우디 송유관 재개 두달 걸릴 수도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역의 동서 송유관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 파손된 모습을 위성 사진으로 포착했다. 송유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송 능력에 대한 타격이 예상보다 커서 2개월여 사이에 석유 시장에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사우디가 피해 복구를 서두르고 있지만 친(親)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과의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길 거부한 터라, 복구 과정이나 그 이후에 후티로부터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간선거와 동절기가 맞물려 미국의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미 정치권은 경유 수출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도 유가 급등세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라 지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을 위성 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송유관 피해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크다고 보도했다. WP는 송유관을 따라 최소 두 곳의 펌프장이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석유 인프라에 대해 자문하는 컨설턴트 앤드류 리포는 사우디 송유관의 위성사진이 “상당한 양의 피해를 보여준다”면서 수리에 “한두 달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리포는 “사우디가 배관부터 밸브, 모든 전기 설비들을 교체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는 코스트코에서 기성품을 그냥 집어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전했다. 더불어 송유관 중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한 펌프장이 여러 곳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석유 저장시설도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크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WP는 영상과 위성 이미지를 분석해 사우디 남서부 도시 아바에 있는 아람코의 대량 저장시설(bulk plant)도 지난주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촬영된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이곳에서 최소 6개의 저장 탱크가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의 원유 공급 능력은 미국이 개입을 거부하면서 후속 위협을 방어할 능력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시튼 홀 대학 외교 및 국제관계 대학원 이사회 임원인 지정학 전문가 브렛 에릭슨은 “분명해진 것은 사우디가 자국의 인프라를 보호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라며 지난 11일 후티의 송유관 공격 당시 파손된 펌프장이 하나가 아닌, 세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과 이라크 민병대가 송유관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송유관이 95% 가량 수리되게 한 다음, 다시 타격해 더 큰 치명타를 입히려는 게 후티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석유 시설에 집중 공격을 퍼붓는 것은 이란과 연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유가를 최대한 끌어올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협상을 압박하려는 이란의 전략에 후티가 사우디의 에너지 시설을 적극 공격하며 호응한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에너지 고문이었던 밥 맥널리는 이란이 “트럼프를 굴복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원유 가격을 계속 인상하려 시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미국은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7일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4.44달러, 경유는 6.40달러를 기록했다. 은행 및 투자 회사 소파이의 수석 시장 전략가 리즈 토마스는 엑스(X·옛 트위터)에 “5일 전의 추세를 바탕으로 선거일인 11월 3일까지 디젤 가격이 갤런당 6.6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추세는 더 악화했다. 디젤은 이미 갤런당 6.26달러를 돌파했다”고 게시했다.

전문가들은 선거와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동절기를 앞두고 석유 시장에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걸프 오일의 수석 에너지 고문인 톰 클로자는 지난 16일에 “연료 마진이 이전의 도매가 상승을 아직 따라잡지 못했다”면서 “휘발유와 경유 모두 주유소에서 충격적인 가격 상승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격 추적 플랫폼 가스버디의 석유 분석 책임자인 패트릭 드 한은 같은 날 자신의 엑스에 “단단히 대비하라(Buckle up). 앞으로 48시간 동안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보이며, 내륙 지역의 일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고 게시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경유 수출 금지’를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상품거래 플랫폼 닌자트레이더의 수석경제학자 슈차트는 “경윳값 급등은 전쟁에다 정제 능력과 원유 품질 문제가 겹친 것”이라며 “수출 금지는 둘 중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두 가지 요인을 모두 악화시킨다”라고 지적.

미 정치권에서는 급격한 유가 상승을 우려해 경유 수출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존 튠 상원 원내대표(공화당·사우스다코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경유 수출 금지를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에너지 위기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즉시 경고했다.

상품 거래 플랫폼 닌자트레이더의 수석 경제학자 트레이시 슈차트는 엑스에 “경윳값 급등 문제는 전쟁에다 정제 능력과 원유 품질 문제가 겹친 것”이라면서 “수출 금지는 둘 중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하며, 두 가지 모두를 악화시킨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