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요구 아니지만” 훈장·만찬 다 거절…교황, 프랑스 환대행사 ‘사양’

레오 14세 [게티이미지닷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교황 레오 14세가 이달 말 프랑스를 공식 방문한다. 이런 가운데, 레오 14세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각종 환대 행사를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레오 14세의 방문을 정치적 성과로 내보이려고 한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프랑스 대통령실은 교황청과 파리 사이 갈등설은 부인했다.

프랑스 가톨릭 매체 라 크루아에 따르면 오는 25~28일 프랑스를 순방하는 레오 14세는 마크롱 대통령 측이 제안한 성대한 국빈 방문 일정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양측의 견해차는 교황의 2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방문 일정을 둘러싸고도 벌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화재로 탔다가 5년 만인 2024년 12월 다시 문을 연 대성당 내부에서 교황과 몇 분간 동행하며 복원된 성당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다만, 바티칸은 교황이 조용히 저녁 미사만 집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 바티칸 소식통은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문 일정에나 어울리는 일을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라 크루아는 교황이 자신의 대성당 방문이 2024년 대성당 재개관식 때와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국 윌리엄 왕세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를 초청했다. 하지만 교황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국가 기념물’이 아닌 ‘교회’로 보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교황청은 엘리제궁이 마련한 다른 행사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애초 레오 14세를 맞아 공화국 근위대를 동원한 환영식, 레지옹 도뇌르 대십자 훈장 수여, 대규모 국빈 만찬 등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프랑스 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는 교황의 거절은 올여름 프랑스의 조력 사망 법제화에 대한 그의 불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엘리제궁은 레오 14세가 25일 오전 11시 엘리제궁에서 약 1시간동안 마크롱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교황청과 파리 사이 갈등설에 대해선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주간지 르푸앙에 “긴장된 분위기는 없다”며 “통상적인 국빈 방문 방식이 교황에게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 초기 논의 때부터 분명했다”고 했다.

71번째 생일 맞은 교황…성직자 급여 원상복구


한편 교황은 최근 71번째 생일을 맞았다.

교황청은 교황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행한 성직자 급여 삭감 조치를 되돌리는 내용의 자의교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자의교서(Motu Proprio)는 교황이 교회 내 특별하고 긴급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해 발표하는 문서다.

레오 14세는 “당시 조치들은 팬데믹이라는 예외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했던 조치”라며 “이제 교황청은 다른 수단을 통해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다”고 했다.

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3월 팬데믹에 따른 재정 위기 타개를 위해 교황청에 속한 추기경의 봉급을 10% 삭감했다. 추기경만큼은 아니지만 교황청 부서장과 하위직급 사제·수녀 봉급도 줄었다. 다만 하위 직급 평신도 직원들은 계속 급여 인상이 보장됐다.

교황은 “2021년 3월 자의교서 형식의 서한은 폐지되지만, 당시 발생한 효과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