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D-1…‘유가 100달러·국채 5%’ Fed가 마주한 세 가지 딜레마[디브리핑]

일주일 만에 ‘동결→인상’ 전망 급반전
10년물 이미 5% 돌파…시장 시선은 ‘이번’보다 ‘다음’ 인상
트럼프는 금리인하 압박 “워시 취임 후 최대 시험대”


[연합]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금리를 올릴 것이냐’에서 ‘얼마나 더 올릴 것이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동결 전망이 우세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물가 둔화마저 정체되면서 2023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이 유력해졌다.

문제는 Fed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란전쟁에서 비롯된 유가 상승은 금리를 올린다고 해결할 수 없지만 이를 방치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이미 5%를 넘어선 장기금리와 맞물려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까지 겹쳤다. 케빈 워시 Fed 의장이 취임 후 가장 까다로운 선택을 앞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동결하자니 물가가 문제…일주일 만에 전망 뒤집혔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


1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90% 안팎까지 반영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2023년 이후 약 3년 만의 첫 금리 인상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지난 4~9일 로이터가 경제학자 9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당시 65명, 약 70%가 9월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연내 금리를 한 차례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과반이었다.

하지만 14일 실시된 최신 조사에서는 경제학자 101명 가운데 86명, 85%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시장의 컨센서스가 동결에서 인상으로 급격하게 이동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4% 상승했고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0.3% 올랐다. 물가가 Fed의 목표인 2%를 향해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진 상황에서 이란전쟁으로 국제유가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물가 상승세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Fed가 추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를 내놨다. 이후 물가가 기대만큼 진정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Fed가 행동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물가 안정 의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첫 번째 딜레마다. 금리를 동결하면 고유가가 물가 전반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Fed가 인플레이션을 용인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올리자니 국채가 5%…금리로 유가 잡기도 어려워


드론에 포착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의 모습 [로이터]


두 번째 딜레마는 ‘금리를 올리자니 이미 금융여건이 너무 긴축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물가 압력의 상당 부분이 Fed의 통제 밖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의 효과와 비용을 둘러싼 고민은 더 커진다.

금리 인상은 대출과 소비, 투자를 줄여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물가를 낮춘다. 하지만 이란전쟁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겨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은 금리를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Fed가 금리를 올려도 중동의 원유 공급이 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이 복구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공급 충격에서 시작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내부의 소비와 투자를 더 강하게 눌러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금융시장은 이미 크게 긴축됐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5.041%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부터 자동차 대출, 기업 대출과 회사채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의 차입비용을 좌우한다. 장기금리가 이미 5%를 넘어선 상황에서 Fed가 단기 정책금리까지 올리면 가계와 기업은 장·단기 양쪽에서 높아진 금리를 부담하게 된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과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 증가도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시장 자체가 이미 금융 여건을 긴축하고 있는 셈이다.

Fed로서는 금리를 올려도 유가라는 공급 충격 자체를 잡기는 어려운 반면, 미국의 소비와 투자에는 예상보다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번보다 무서운 ‘인상 이후’…추가 인상 어디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연합뉴스]


세 번째 딜레마는 이번 인상 이후다.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상 자체는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16일 시장을 움직일 변수는 금리 인상 여부보다 이번 조치가 일회성인지, 새로운 긴축 사이클의 시작인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의 최신 조사에서 관련 질문에 응답한 경제학자 70명 가운데 37명은 내년 3월까지 적어도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의 시선이 이미 ‘9월 인상’에서 ‘다음 인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워시 의장이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어떤 신호를 내놓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워시는 취임 이후 향후 금리 움직임을 미리 약속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현재처럼 채권시장이 민감한 상황에서는 모호한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 Fed가 추가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면 5%를 넘어선 장기금리가 더 뛰면서 금융 여건이 더욱 긴축될 수 있다. 반대로 이번 한 차례 인상으로 충분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시장이 Fed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의심하면서 장기채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부담까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Fed에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워시 의장이 취임 넉 달 만에 대통령의 요구와 정반대로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 0.25%포인트 인상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번 FOMC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유가 100달러와 국채금리 5%가 동시에 미국 경제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Fed가 ‘인상 이후’ 금리 경로를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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