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드라마 하차 불가”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유족 청원에 공식 답변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답변 올려
“출연자 가족에 대한 사전 검증 시행 불가”
유족 “가해자 누나가 드라마에 비중있는 역”


[123rf]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KBS가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피해 유가족이 제기한 가해자 누나의 드라마 출연 정지 요구에 대한민국 헌법 조항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KBS 시청자청원에는 2024년 1월 스토킹에 시달리다 오피스텔에서 추락 사망한 20대 여성의 유가족이 KBS 저녁 일일 드라마에 가해자 누나가 출연 중이라며 KBS가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KBS는 16일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답변을 올려 “먼저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깊은 슬픔과 고통 속에 계신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KBS는 문제의 여성 배우가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가해자의 누나였음을 KBS가 사전 인지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해당 사안은 공사가 사전에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는 프로그램 캐스팅 시 출연자 본인의 범죄 이력이나 사회적 물의 여부에 대해서는 검증을 거치고 있지만, 출연자의 가족에 대한 사전 검증은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시행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3항에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법조항에 명시된 것처럼 가족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것 역시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는 유가족의 청원이 ‘30일 이내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되는 답변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이같이 공식 답변을 내놨다.

앞서 지난 3일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유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 와 126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저희 딸은 가해자의 지독한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결국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날 이후로 제 시간은 멈춰버렸다. 매일 밤 눈물로 지새우며 살아가는 것조차 죄책감이 드는 고통 속에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런데 세상은 너무나 무심하고 잔인하게 느껴진다. 제 딸을 빼앗아간 가해자의 가족은 지금도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가해자의 누나는 지금 KBS 저녁 일일드라마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해 TV 화면 속에서 웃고 울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 배우로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저희 가족 딸은 억울하게 죽었는데 가해자 가족의 딸은 배우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세상이 어찌 이리 불공평하냐”고 물었다.

청원인은 “드라마 속 그 배우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부모로서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밀려온다. 딸에게 미안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딸을 잃은 부모는 매일 같이 무너져 내리는데 다른 한 쪽에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에게 묻는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입장을 밝혀 주시고, 공영방송사로서 책임 있는 대처를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한편 청원인의 20대 딸이던 A 씨는 2024년 1월 7일 오전 자신이 거주하는 부산 진구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졌다. 당시 최초 목격자이자 119신고자는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전 남자친구 B씨 였다. B씨는 수사기관에 A씨가 자신과 다툰 뒤 9층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했고, 유족 측은 사건 직후부터 B씨의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B씨는 2023년 8~10월 A 씨의 집에 찾아가 와인 잔을 자기 손에 내리치거나 의자를 던지는 등 여러 차례 협박했다. 같은해 12월 9일 A 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약 17시간 동안 A씨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고, 365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받았다.

B씨는 A씨와의 성관계한 영상도 촬영해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준비하던 유족 측이 뒤늦게 발견했는데, 경찰은 ‘동의 하에 촬영된 영상’이라는 B씨의 진술만 믿고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B 씨는 과거에도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또 다른 여성을 협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적도 있었다.

당시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2심 재판부는 원심보다 감형된 징역 3년 2개월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