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분 기립박수 뒤 날아든 ‘협박’…이스라엘 장관, 가자 다큐 감독 “국적 박탈할 것”

이스라엘 국적의 유발 아브라함과 레이철 쇼르 감독. [AFP]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살상했다는 고발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자 이스라엘 문화장관이 연출자들의 국적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미국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미키 조하르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베네치아영화제에서 비열한 영화 ‘나자’(NAZA)가 수상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적었다.

조하르 장관은 “전 세계 반유대주의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 위해 조국에 해악을 끼치려는 제작진의 자학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며 국가에 대한 반역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문화 담당 장관으로서 국가에 대한 반역을 저지른 비열한 제작진의 이스라엘 국적을 박탈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이 더 이상 자기 주머니를 털어 이스라엘군과 국가에 해를 끼치는 데 돈을 대지 않도록 내가 영화계 개편을 주도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문화장관에게 국적을 박탈할 권한은 없다. 이스라엘은 반역이나 테러 가담자의 국적을 박탈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으나, 내무장관이 취소를 요청하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한 뒤 법원이 최종 확정한다. 조하르 장관이 주장한 반역 혐의는 사법 절차로 확인된 바 없다.

‘나자’는 이스라엘 국적의 유발 아브라함과 레이철 쇼르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12일 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80분 분량의 이 작품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감시와 표적 선정, 원격 살해에 관여했던 이스라엘 정보요원과 군인 24명의 익명 증언을 담았다.

영화 제목 ‘나자’는 이스라엘군이 공습으로 숨질 것으로 예상되는 민간인 규모를 가리킬 때 쓰던 약어에서 따왔다.

이 작품은 지난 10일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상영 후 25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아브라함 감독은 할리우드리포터에 아직 이스라엘 내 배급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이스라엘과 미국, 독일에서 최대한 널리 개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두 감독은 지난해 다큐 ‘노 아더 랜드’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몰아내기 위해 자행한 폭력을 다룬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