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 대란’ 닥칠까…해협·육로 잇따라 흔들려

사우디발 원유수송 비상
이라크발 드론 공격…‘호르무즈 우회로’ 동서 파이프라인 중단
양대 바닷길 경색에 유가 장중 110달러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연안 에너지 시설까지 예멘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갔다. 사진은 후티 반군이 지난 7일(현지시간) 사우디에서 예멘의 알-와디아 군사기지로 군 장비를 운반하던 트럭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장면. [AFP]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송망이 해협 뿐 아니라 육로도 흔들리면서 중동발 ‘에너지 대란’이 닥칠 위기다.

그동안 사우디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우회해 대체 수송망을 가동했다. 하지만 홍해로 이어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후티 반군의 파상 공세에 이어 핵심 육상 수송로인 동서 파이프라인까지 피격됐다.

실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 리야드·메디나 지역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발생했다. 핵심 송유관인 동서 파이프라인의 가동이 이날 중단됐다.

동서 파이프라인은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이어지는 약 1천200㎞ 길이의 송유관이다. 사우디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후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이 경로로 우회 수송해왔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이라크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크 총리실은 12일 0시를 넘긴 시각 해당 드론이 자국 영토에서 발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당장은 보복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20만배럴에 그치면서 이미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쟁 전 하루 수출 규모(약 700만 배럴)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는 홍해 연안의 주요 항구인 모카를 장악한 지 하루 만인 이날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까지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림섬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 자리해 해협의 물길을 나누는 전략 거점이다.

사우디는 미국에 직접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다만 미국은 일단 빈살만 왕세자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후티 반군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을 주시하며 사우디 및 예멘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은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9·11 테러 25주년 추모식에서 이란을 “세계 최대의 테러 지원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미군의 오폭으로 이란 남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182명이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아이들을 공격한) 바로 그 악마들”이 이란을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