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비싼 학비 냈는데, 고졸이 취업 승자였다…미국 고용시장에 무슨 일?

학위 없는 청년, 20년 사이 실업률 최저
석사·박사 등 대졸자는 고용 악화 직면
건설·제조업 은퇴자 증가, 이민자 감소 영향
“대졸자, 지역·직종 선택의 폭을 넓혀야”

대학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쓴 학생의 모습.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청년 고용시장에서 이례적인 ‘학력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청년층이 최근 수십년 사이 가장 좋은 취업 환경을 누리는 반면, 대졸 청년층은 팬데믹과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수준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동시장 싱크탱크인 ‘버닝 글라스 연구소(Burning Glass Institute)’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22~34세 근로자의 실업률은 지난 20년 동안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비대졸 청년층은 역사적으로 매우 양호한 상황인 반면, 대졸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큰 고용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사·박사 등 고학력자나 과학·기술 분야 전공자들은 평소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닝글라스의 갓 레바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년 대부분 기간에는 경기 상황이 좋든 나쁘든 대졸자와 비대졸자의 고용 흐름이 대체로 비슷하게 움직였다”며 “최근에는 두 집단의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졸자와 비대졸자 간 취업 격차가 벌어지는 배경에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있다.

WSJ는 “건설과 제조업 등 숙련 기능직에서는 은퇴하는 고령 인력이 늘고 이민은 줄면서 인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며 “반면 미국의 대졸자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인공지능(AI)이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신입 대졸자에게 맡기던 초급 업무를 점점 더 많이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은 “학사 학위 보유자는 증가하는 반면, 대학 학위 미보유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며 “이 현상이 일시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지난 4일 발표한 고용보고서에서도 8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6만2000개 증가한 가운데 음식 서비스 및 주점업에서 5만9000개가 늘어 전체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절대적인 취업 가능성만 놓고 보면 대졸자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25~54세 핵심 생산연령층 가운데 대졸자의 실업률은 올해 7월까지 12개월 평균 2.7%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대학을 일부 다녔지만 학위는 없는 근로자의 실업률은 3.6%, 고졸자는 4.7%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전문직 초급 일자리를 얼마나 더 줄일지,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향후 생산·서비스직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레바논은 “최근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에게 지역과 직종, 기업 선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며 “최상위 기업에 취업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지만, 어느 정도 타협할 의향이 있다면 일자리를 찾기는 더 쉬워진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