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충돌 격화에 중동 공급차질 우려 확산
호르무즈 원유 통항량 전쟁 전보다 급감…골드만 “120달러 갈 위험”
유가 100달러 시대 다시 열리나…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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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연합]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3% 넘게 뛰었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약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격이 거세지면서 중동발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3.29달러(3.36%)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01.58달러까지 치솟았다. 종가 기준 지난 5월 22일 이후 최고치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장보다 3.02달러(3.25%) 상승한 배럴당 96.0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지난 5월 2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브렌트유가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00달러를 다시 넘어선 데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월 말 이후 국제유가는 미·이란 충돌이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대체로 100달러 아래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양측이 유조선과 선박을 직접 겨냥하면서 중동 원유 공급에 대한 시장의 판단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군 함정을 공격한 데 대응해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에 맞서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선박 10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IRGC는 해상 통제구역을 호르무즈 해협 밖으로 확대하겠다는 경고까지 내놨다. 이란 남동부 핵심 항구도시 차바하르 인근부터 오만해와 아라비아해 일부까지 통제 범위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이 이미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선박 공격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원유와 가스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투가 다시 격화하기 직전인 지난달 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은 하루 800만~900만배럴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최근에는 하루 200만배럴 아래로 다시 떨어졌다. 지난 9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도 6척에 그쳐 최근 10일 평균인 약 12척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유가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 스트라위번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책임자는 최근 중동 지역에서 선박 공격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역내 원유 수출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면 유가가 80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제시했다.
유가 100달러 재돌파가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유 가격 상승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거쳐 운송비와 생산비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루크먼 오투누가 FXTM 시장조사 책임자는 “브렌트유의 100달러 돌파는 시장에 심리적으로 중요한 이정표”라며 “더 큰 우려는 이것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