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 편입 후 RWA 등 우선에 정리
L2 시장 자체는 매력적, 로빈후드 체인 입증
토스·DB증권 등 L2 활용 월렛 구축 잰걸음
고객과 금융상품 기반 블록체인 기술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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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rf] |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디지털자산 거래소 코빗이 자체 레이어2(L2)와 웹3 지갑 사업을 접는 사이 금융사들은 오히려 L2를 활용한 디지털자산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L2 시장 내에서 이용자와 수익을 끌어모을 수 있는 생태계 경쟁력에 따라 체인별 성적과 활용처가 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빗 운영사 디지털엑스는 자체 이더리움 L2 실리콘(Silicon)을 기반으로 운영해온 ‘코빗 Web3 월렛’ 서비스를 오는 12월31일 종료한다. 디지털엑스는 미래에셋컨설팅의 인수와는 무관한 결정으로 부진한 L2 시장 환경과 서비스 운영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레이어는 블록체인의 구조적 층위를 뜻한다. 레이어1은 이더리움과 같이 거래를 검증하고 최종 기록하는 기반 메인 체인으로, 레이어2는 L1 위에서 거래를 별도로 처리해 속도와 비용 효율을 높이는 확장 네트워크다.
코빗 Web3 월렛은 지난해 2월 국내 원화거래소 가운데 처음 선보인 자체 비수탁형 지갑 서비스다. 이용자가 개인키를 직접 관리하면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웹3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코빗은 자체 구축 플랫폼 ‘실리콘’을 기반으로 웹3 사업 영역을 넓혀왔지만 출시 약 1년6개월 만에 월렛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실리콘 네트워크도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코빗의 철수를 L2 시장 전반의 침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L2 가운데 높은 매출을 올리는 체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체인별 수익 격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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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최근 30일간 체인별 매출 순위에서 이더리움 L2인 로빈후드 체인이 2876만달러(약 385억8000만원)로 2위에 올랐다. 대규모 인센티브 영향이 큰 캔톤을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면 전체 체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옵티미즘의 OP스택을 기반으로 구축된 이더리움 L2 베이스는 342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주요 L2로 꼽히는 아비트럼은 약 39만8000달러, 스타크넷은 약 20만1000달러에 그쳤다. 실리콘은 디파이라마의 체인 매출 집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코빗이 L2 사업 전반의 전망 악화보다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편입 이후 실물연계자산(RWA), 토큰증권(STO) 등 향후 집중할 사업과 기존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웹3 월렛과 실리콘이 정리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코빗의 경우 실리콘 안에서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디앱이나 투자할 만한 자산 등 생태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L2로 이용자를 끌어들이려면 그 안에서 이용하거나 거래할 만한 상품이 있어야 유동성이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용자를 끌어들일 상품과 서비스를 확보한 L2에는 거래와 수익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로빈후드 체인은 토큰화 주식을 핵심 서비스로 내세운 데 이어 최근에는 밈코인과 토큰화 주식을 연계한 거래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이용량이 빠르게 늘었다.
듄애널리틱스에 의하면 지난 4일 로빈후드 체인의 RWA 온체인 거래량은 8억2980만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밈코인과 토큰화 주식 페어 거래가 4억3600만달러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디지털자산 월렛 구축을 목표로 하는 금융권에서는 L2를 디지털자산 사업을 위한 기반 기술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토스는 지난 7월 옵티미즘, 서니사이드랩스와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토스는 옵티미즘을 선택한 배경으로 이더리움의 보안성을 기반으로 빠르고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과 OP스택을 활용해 금융기관의 요구에 맞는 전용 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증권업계에서도 L2 활용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DB증권은 지난 7월 옵티미즘과 제주 지역 STO, RWA 사업모델 발굴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자체 블록체인을 처음부터 개발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L2 기술을 활용해 금융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사가 퍼블릭 블록체인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활용하면서도 규제 대응과 운영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L2의 강점으로 꼽는다. 더욱이 금융사는 이미 확보한 고객과 금융상품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만큼 활용 여지가 더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혜진 서강대 AI·디지털자산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금융기관은 규제 요건상 퍼블릭 블록체인을 그대로 쓰기 어렵지만 메인넷의 신뢰성과 안전성은 가져가고 싶어 한다”며 “이를 활용하면서도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L2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체인 구축에 따른 비용과 인프라 부담도 이유로 언급된다. 다른 체인과 연결하는 브리지부터 디파이 등 각종 기반 인프라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만큼 이더리움 생태계와 OP스택, 아비트럼 등이 제공하는 개발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인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금융사들이 처음부터 독자적인 체인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며 “초기에는 기존 L2 기술을 활용해 경험을 쌓고 이후 필요에 따라 독자적인 인프라 구축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앞으로는 멀티체인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떤 체인을 기준점으로 잡을지가 중요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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