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 9월 놓치면 연말도 불안…법인투자 사실상 해 넘겨 [크립토360]

여당 이달 말 공청회 막판 분수령
국감 앞두고 정무적 부담도 겹쳐
법인투자 가이드라인 있어도 불투명
업계 보험·보안 인증비용 누적 우려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유혜림·경예은 기자]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이 발의 1차 분수령이 이달 말로 다가왔다. 여당 공청회 전후 정식 발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감사를 거쳐 예산 정국 등 정기국회 시기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마저도 불발될 경우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의 ‘개점휴업’ 상태도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장 질서의 기본 틀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부터 1거래소 복수은행 체제 도입, 주요 사업자의 합종연횡까지 핵심 제도들이 줄줄이 정체되는 모습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이달 못 나오면 연말로=9일 국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 명의의 의원입법 형태로 이달 중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이달 초 발의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당정청 차원의 정책 소통이 진행되면서 일정도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정식 정부입법처럼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는 않지만, 업권 전반을 새롭게 규율하는 제정법이라는 점에서 사전 소통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이 이달 말 공청회를 열겠다는 입법 일정을 공개한 만큼, 정부안이 나온다면 공청회 직전께나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이달 발의 시기를 놓치면 사실상 연말까지 기약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법안을 공개할 경우 규제 쟁점만 만든다는 정무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정부안 발의 여부와 관계없이 공청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안이 없으면 기존 논의를 되풀이하는 데 그칠 수 있어 공청회 개최 역시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 보니 당초 내년 초로 예상됐던 최종 법안 통과 시점도 내년 상반기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국회에는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복수의 의원안이 제출돼 있어 정부안 발의 이후에도 병합 심사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안이 이달 중 발의되면 내년 초에는 법 제정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가 이어지는 정기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이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열어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인투자 신중모드로 연내 불투명=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도 사실상 연내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고 단계적인 시장 개방을 예고했지만, 현재까지 비영리법인과 거래소의 거래만 허용된 상태다.

시장의 관심이 가장 큰 상장법인·전문투자법인의 매매 허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드라인에는 투자 한도와 대상 종목, 수탁 방식, 내부통제 및 자금세탁방지 기준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당정청도 법인시장 개방에 한층 신중한 기조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1거래소 복수은행’ 체제 도입도 사실상 기본법 이후 과제로 밀리는 분위기다. 현재 거래소 한 곳은 은행 한 곳과만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휴를 맺고 있다. 법률에 명문화된 의무는 아니지만 자금세탁방지와 고객확인 부담 등을 이유로 사실상 ‘그림자 규제’처럼 굳어진 구조다.

업계는 법인시장 개방에 맞춰 거래소가 기업금융 역량을 갖춘 시중은행을 포함해 여러 은행과 제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법인 고객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면 기업별 주거래은행과 거래소의 실명계좌 제휴 은행이 달라 자금 이체와 거래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복수은행 허용에 신중한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시장 구조와 자금세탁방지 체계에 미칠 영향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2단계법 제정·시행 이후 거래소의 독자적인 자금세탁방지 역량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기본법 일정이 밀릴수록 복수은행 도입도 함께 늦어지는 것이다.

▶크립토 업계 덮친 ‘투자 부메랑’=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법인 투자 허용 일정이 지연되면서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수탁업계를 중심으로 법인 시장 개방을 전제로 보험 가입과 보안 인증, 설비 투자에 나섰지만 시장 개방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금융사들이 추가 투자를 보류할 여지도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와 내부통제 인증(SOC) 등 확보와 기관 대상 배상책임보험에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법인 고객 유입이 지연될수록 수탁업을 전문으로 하는 VASP 사업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인 시장이 열려야 그 후에 ‘부가 서비스’라는 개념이 나와 비즈니스 전제조건이 마련되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도 올해 안으론 기본법 윤곽이 나올 것이란 생각으로 기다려줬지만 더 늦어지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오는 12월 특정금융정보법 강화에 맞춰 기존 VASP들이 일제히 갱신 신고를 준비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인적·물적 요건과 자본금, 대주주 관련 심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본법 제정까지 밀리면서 신규 VASP의 시장 진입도 지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기존 사업자 갱신 심사가 우선 진행될 경우 사업자 신고 처리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