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D, 작센안할트 주의회서 43.8% 득표
직전선거 대비 득표율 2배...‘방화벽’ 처참한 실패
난민 대거 추방·어린이 분리수업 공약
佛·이탈리아 등 EU 주요국 선거 예정…극우 확산 우려
![]() |
|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작센안할트주 선거 관련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개표 행사 중, 사람들이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동부 작센안할트주(州) 주의회 선거에서 44%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압승하면서 독일 정치권이 전후 80년 가까이 유지해온 극우 배제 원칙인 ‘방화벽’이 시험대에 올랐다. 극우·민족주의 세력의 약진이 독일을 넘어 유럽 대륙 전반의 흐름으로 굳어지면서 유럽 중도 정치권마저도 비상이 걸렸다.
7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AfD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수십 년간 독일 정치가 지켜 온 ‘방화벽(극단주의 배제 원칙)’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집권 16개월째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정책과 리더십에 대한 뚜렷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 |
|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작센안할트주 선거 개표 행사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작센안할트 주총리 후보 울리히 지크문트가 지지자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AFP] |
그간 독일 주류 정치권은 방화벽 원칙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단주의 정당과의 연정이나 정치적 협력을 거부해왔다. 히틀러와 나치의 집권 경험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극단주의 세력이 제도권 권력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AfD가 주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이력은 2024년 튀링겐주가 유일했다. 다만 당시에는 승리 폭이 크지 않아 다른 정당들이 이념적으로 어색한 광범위 연정을 구성해 AfD의 집권을 막을 수 있었다.
![]() |
|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작센안할트주 선거 관련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개표 행사 중, 사람들이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
하지만 AfD가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을 5년 전보다 거의 두 배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작센안할트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AfD는 43.8%를 득표해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17.2%)을 제치고 제1당을 확정했다. 직전 2021년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당시 20.8%의 배를 넘겼긴 결과이며, 주의회와 연방의회 선거를 통틀어 창당 이래 최대 득표율이다. 이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독일의 한 주에서 극우 세력이 집권에 근접하게 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특히 평론가들은 독일 주류 정당이 AfD를 집권에서 배제하는 방화벽 원칙이 역설적으로 AfD를 키웠다고 봤다.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AfD의 상승세를 더욱 강화하는 자기증폭적 정치 역학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독일 현지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지각변동’, ‘사회·정치적 대지진’, ‘독일의 분수령’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베를린 소재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GPPI)의 토르스텐 베너 소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방화벽 전략의 처참한 실패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AfD는 이민·난민 유입을 대폭 제한하고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강화하는 한편, EU 및 유로 체제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전 재가동과 화석연료 활용 확대를 내세운다. 교육에서는 성과·지식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며, 학생의 능력에 따른 다층적 학교체제를 유지하고 직업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정치학자 가브리엘라 그라일링거는 “극우가 실제 집권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극우의 정치와 정책은 이미 계속 정치의 중심 무대에 올라 있다”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둘러싼 방화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
| 지난 2017년 3월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에 설치된 EU 로고. [게티이미지] |
독일의 정치적 혼란은 유럽연합(EU)에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EU 최대 경제국이자 주요국으로 손꼽히는 독일은 현재 러시아의 공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중국발 경제 위협 등 유럽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향후 1년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 폴란드 등 주요 EU 회원국에서 선거가 잇따라 치러질 예정이라는 점에서 유럽 전역에서도 극우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국가 모두에서 극우 정당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유럽 중도 정치권은 대륙 전역으로 민족주의 물결이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BBC는 “유럽 각국의 강경 우파 정당은 정책과 성향에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반이민 기조와 강한 민족주의 메시지를 공유한다”며 “EU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이런 자국 우선주의가 유럽의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측근인 벤자맹 아다드 유럽담당 장관은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우가 승리한 것은 유럽에 심각한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벨기에에서는 이번 흐름이 다른 국가로 확산해 민족주의·강경 우파 정당의 약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