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vs 리센느 vs BTS…한·중·일 K-팝 차트 점령자는 누구?

멜론 글로벌 K-차트 나라별 비교
7·8월 월간·9월 최신 차트 분석
한국 역주행 아이콘 리센느 강세 속
일본은 BTS 인기·중국은 매주 바뀌어
빅뱅 20주년 월드투어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은 리센느, 중국은 엑소, 일본은 방탄소년단(BTS)이었다. 그렇다면, 현시점 글로벌 3개국을 종합한 최정점의 아이콘은 누구일까.

같은 K-팝도 나라마다 ‘최애 그룹’, ‘최애곡’이 다르다. 국경 없이 사랑받는 그룹과 음악이지만, 한국과 일본, 중국 음악 팬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열자, 이들의 ‘취향’은 제각각이라는 점이 나타났다.

8일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이 한국(멜론), 중국 텐센트 뮤직, 일본 라인 뮤직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발표하는 ‘글로벌 K-차트’에 따르면, 최신 주간 차트(8월 31~9월 6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른 그룹은 빅뱅이었다. 앞서 7월 월간차트에선 방탄소년단, 8월 월간차트에선 에스파가 1위에 올랐다.

차트 개설 이후 약 3개월간의 집계 세부 내용을 보면 더 흥미롭다. 한국·중국·일본 3개국 각 차트 톱10에 모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이 세 차트 모두에서 톱10에 진입한 주인공 역시 빅뱅, 방탄소년단(BTS), 에스파(aespa) 단 세 팀뿐이었다.

국가별 1위는 ‘글로벌’ 차트와는 완전히 다르다. 7, 8월 기준 멜론에선 ‘역주행 아이콘’인 걸그룹 리센느가 두 달 연속 정상을 꿰차고 있고, 일본 라인뮤직에선 방탄소년단이 무려 4개월(5~8월)간 왕좌를 지키고 있다. 중국 텐센트 뮤직에선 7월 아이들(i-dle), 8월 에스파에 이어 9월 주간 1위로 엑소(EXO)가 치고 올라왔다. 컴백 주기마다 왕좌가 바뀌는 형국이 텐센트 차트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선 ‘역주행’ 아이콘 리센느 강세


한국 차트는 한마디로 ‘대중성’과 ‘바이럴의 용광로’다. 팬덤 규모가 아무리 거대해도 대중의 귀를 사로잡지 못하면 최정상을 지키기 어렵고, 인지도가 낮은 신인이라도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에서 불이 붙으면 기적의 역주행을 쓴다.

리센느(RESCENE)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그 결정판이다. 유튜브 영상 콘텐츠에서 촉발된 ‘러브 어택(LOVE ATTACK)’ 챌린지 열풍은 멜론 일간·주간 차트를 차례로 접수하더니 결국 8월 멜론(Melon) 월간 1위라는 대형 사고를 쳤다. 여기에 ‘프리티 걸(Pretty Girl)’과 전작 ‘데자뷔(Deja Vu)’까지 나란히 차트인을 이어가며 월간 톱10에 세 곡이나 올려놓는 괴력을 보여줬다. 9월 주간 차트에서도 당당히 한국 1위를 달렸다. 2위는 빅뱅, 3위는 하츠투하츠, 4위는 방탄소년단, 5위는 에스파 등이다.

리센느. [헤럴드뮤즈]


하지만 중국 텐센트에서는 78위, 일본 라인에서는 39위로 주춤하며 리센느의 글로벌 종합 순위는 17위에 그쳤다. 가요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숏폼 열풍이 휩쓸었지만 리센느를 응원하는 팬덤엔 중소기획사 출신이라는 정서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는 만큼 온도차가 있었다”고 봤다.

한국 가요계의 마지막 ‘국민 그룹’으로 꼽히는 빅뱅은 오랜만에 세대를 통합한 아이콘이었다. 한국 대중은 최신 트렌드 못잖게 ‘익숙한 전설’을 향해 화끈하게 귀를 열었다.

4년 4개월 만에 완전체 신곡 ‘빅(BiiiG)’을 들고 돌아온 빅뱅은 음원 발매 버튼이 눌리자마자 멜론 내 아티스트 순위는 21위에서 2위로 수직 상승했고, 톱100 차트 정상을 단숨에 뚫었다. 10대 팬덤의 숨 가쁜 스밍을 넘어, 2030은 물론 3040 세대의 추억 세포를 정조준한 ‘노스탤지어’의 파괴력이 차트를 뒤흔들었다.

음원퀸 아이유는 신보 활동 없이도 한국에서 8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중국에선 38위, 일본은 45위다. 하츠투하츠 역시 한국은 3위이나 중국은 46위, 일본은 21위다. 한국에서의 높은 순위가 글로벌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 K-팝 스타 컴백 때마다 ‘빠른 회전율’ 특징


중국 차트는 또 다르다. 중국은 그야말로 폭풍 같은 회전율로 벌이는 ‘화력 배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실물 음반 유통이 까다로운 환경 탓에 중국 팬덤은 큐큐 뮤직등 텐센트 플랫폼의 디지털 앨범 다운로드(Download)와 스트리밍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특성이 있다”며 “어찌보면 한국 그룹의 컴백 때마다 기민하게 반응해 그때마다 차트가 달라진다”고 했다.

최신 텐센트 뮤직 톱10에는 엑소 1위, 아이들 2위, 에스파 3위, 빅뱅 5위, NCT 127 6위, 방탄소년단 7위, 지드래곤 8위, 세븐틴 10위 등이 올라와 있다.

SM엔터 간판 걸그룹 에스파 [사진, SM엔터]


흥미로운 것은 지난 7월엔 미니 앨범 ‘위 메이드(We made)’를 발표한 아이들(i-dle)이 무려 26계단을 단숨에 뛰어오르며 중국 1위(글로벌 5위)를 점령했다는 점이다. 8월엔 디지털 싱글을 낸 에스파가 1위 자리를 낚아챘고, 9월 첫 주엔 현지 팬덤의 ‘영원한 첫사랑’인 엑소(EXO)가 1위로 자리했다. 회전율이 워낙 빠르다 보니 신곡 발매 타이밍마다 왕좌의 주인공이 숨 쉴 틈 없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시장만의 유별난 흥행 코드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는 지점은 ‘중화권 출신 멤버’를 향한 절대적인 편애와 순정이다.

9월 첫 주 차트를 살펴보면 걸그룹 아이들 멤버 우기는 글로벌 종합 순위로는 56위에 머물지만 중국에선 단독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븐틴의 디에잇 역시 글로벌 순위는 75위지만 중국 차트에선 무려 9위로 치솟으며 그룹 전체 성적(중국 10위)을 앞질렀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의리파’… 굳건한 콘크리트 팬덤


한 번 찍으면 끝까지 간다. 일본은 의리파다. 일본 팬덤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순정파의 성지’다. “일본 음악 시장은 반짝 뜬 신곡 하나보다 아티스트와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정서적 유대감을 중요하게 본다”고 국내 기획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방탄소년단의 기록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군 복무 공백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5월, 6월, 7월, 8월 월간 차트 1위를 4개월 내내 싹쓸이하더니 9월 주간 차트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단기적인 홍보 이벤트에 기대지 않고, 기존에 발표된 곡들까지 일상에서 재생하는 ‘콘크리트 코어’ 팬덤의 록인(Lock-in) 효과가 작동하는 것이다. 탄탄한 충성도 인프라 덕분에 오프라인 대규모 투어가 가능한 팀들은 일본 차트에서 ‘무적’의 방어력을 자랑한다.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모습. [빅히트뮤직 제공]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는 한국(56위)과 중국(14위)을 훌쩍 뛰어넘어 일본에서 2위로 안착, 글로벌 차트에선 12위를 견인했다. 일본의 국민 걸그룹으로 자리 잡은 트와이스(TWICE)는 한국에선 62위지만 중국 11위, 일본 3위로 여전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돔 투어를 꽉 채우는 세븐틴(한국 42위, 중국 10위, 일본 10위)의 변함없는 성적도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에선 4~5세대 걸그룹도 두각을 보인다는 점이다. 트와이스의 모모, 사나, 미나처럼 일본인 멤버를 보유한 팀이다. 모카, 이로하를 보유한 아일릿(ILLIT)은 일본에서 4위까지 올라갔다. 반면 한국에선 18위, 중국에선 58위에 머물러 있다.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 역시 일본 화력이 남다르다. 일본에건 7위, 한국 73위, 중국 63위에 올라 유독 열도에 강했다. 베이비몬스터엔 일본인 멤버 루카와 아사가 있다. 사쿠라와 카즈하가 속한 르세라핌은 일본에서 9위에 올라와 있다. 한국과 중국에선 각각 44위다.

단 3팀, 빅뱅·BTS·에스파는 어떻게 3국을 평정했나?


세 나라의 취향과 소비 방식이 극과 극이다 보니, 3개국 톱10의 동시 석권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톱10을 점령한 빅뱅, 방탄소년단, 에스파 등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의 국가별 순위를 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3인조가 된 빅뱅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글로벌 종합 4위에 오른 아이브(IVE)는 한국 9위, 중국 15위, 일본 11위였고 6위에 오른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는 한국에선 34위였으나 중국은 12위, 일본은 8위로 올라있다. 최정상 아이돌들도 해외 팬덤의 장벽에 부딪히거나, 한국의 대중성 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빅뱅의 경우 한국 2위, 중국 5위, 일본 6위를 기록한 최신 차트에서 글로벌 1위를 찍었다. 그룹의 무기는 세대를 통합하는 ‘리빙 레전드’의 아우라였다. 한국에선 컴백과 동시에 전 국민의 스트리밍을 유도했고, 2세대 한류 시절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린 중국 대중의 압도적 인지도로 텐센트 5위를 낚아챘다. 뿐만 아니라 지드래곤은 중국에서 한국 솔로로는 유일하게 톱10(8위)에 올랐다. 여기에 수많은 돔 투어로 단련된 일본 팬들까지 결집하게 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4위, 중국 7위, 일본 1위에 안착한 글로벌 슈퍼 IP(지식 재산권)다. 일본 라인뮤직에서 4개월째 1위 자리를 사수한 방탄소년단은 3개국에서 균형 잡힌 순위를 유지하며 ‘거대한 팬덤’의 안전망을 보여줬다. 최신 글로벌 차트에선 2위에 올라와 있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에스파는 한국 5위, 중국 3위, 일본 5위로 글로벌 3위에 올랐다. 비결은 ‘광폭 컴백 전략’이었다. 지난 5월 정규 앨범 ‘레모네이드(LEMONADE)’를 한국에서 낸 이후, 7월엔 일본 데뷔 싱글 ‘키스 앤 텔(KISS N TELL)’, 8월엔 콘서트와 유닛 디지털 싱글 ‘싱크 : 엑시스 라인(SYNK : aeXIS LINE)’까지 매달 새로운 음악과 비주얼을 쏟아부었다.

특히 닝닝의 현지 화제성과 에스파의 강렬한 세계관은 그룹을 중국 3위로 끌어올린 힘이었다. 또 일본 정식 데뷔 프로모션으로 라인 5위를 뚫었고, 멜론에서도 5위를 지켰다. 3개국의 서로 다른 컴백 타임라인을 정밀하게 교차 설계한 영리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3개국을 집계하는 이 차트는 K-팝의 새로운 성공 공식을 보여준다. 각국마다 다른 전략으로 자기만의 영토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숏폼 챌린지와 재치 넘치는 웹 예능으로 대중의 도파민을 자극하고, 중국에선 단숨에 눈을 사로잡을 콘셉트와 비주얼, 자국 멤버 못지않은 팬과의 친밀함을 쌓아야 한다. 일본은 하이터치(High-touch Event/ハイタッチ)와 돔 투어로 이어지는 오프라인 스킨십을 꾸준히 제공해야 ‘정복’ 확률이 높다.

가요계 관계자는 “빅뱅, 방탄소년단처럼 서로 다른 시장에서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힘을 갖춘 그룹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며 “국가별 지역별로 더 세심하고 정교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