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발언 이후 달러당 5엔 이상 하락
일본 대규모 환율 개입에 외화보유액 6.18%↓
일본 연속 금리 인상 전망에 엔 캐리 매력 약화
11일 미국 CPI가 엔화 강세 지속 여부 가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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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엔화. [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달러당 164엔대까지 치솟았던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 중반으로 내려오면서 장기간 이어진 엔화 약세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엔저 시정 압박과 일본의 대규모 환율 개입에 이어 일본은행의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엔화 매도 포지션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152엔 수준까지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4일 마감 대비 0.08엔 하락한 달러당 156.2엔대에 거래를 시작해 오전 10시 기준 155.88엔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 2일 달러당 160엔대 초반이었던 환율은 5엔 이상 하락했다.
엔화 강세의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이 엔저 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8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엔화가 강세를 이어가자, 금융시장에서는 장기간 지속된 엔저 국면의 변화 가능성을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 관계자는 미일 양국의 엔저 시정 의지를 확인하면서 “엔화 매도 포지션을 축소하는 편이 낫다는 심리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환율 개입도 엔화 반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재정 당국은 지난 4∼5월 11조7000억엔(약 100조8700억원) 규모의 엔화를 매수한 데 이어 지난 7월 말과 8월 초에는 15조3993억엔(약 132조7677억원)에 달하는 엔화 매수·달러화 매도에 나서며 미국과 공동 환율 개입을 시행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환율 개입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 일본의 외화보유액은 약 1조2075억달러(약 1625조4036억원)로 전월 대비 6.18% 감소했다. 이는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달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와 이후 연내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좁혀질 경우 낮은 금리의 엔화로 자금을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해외 채권·통화·주식 등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차입한 엔화를 상환하는 비용이 커져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할 유인이 높아진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급등하기 전인 이달 초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엔화 대(對)달러 순매도 규모는 약 1조2000억엔(약 10조3500억원)으로 전주 대비 33% 급증했다. 대규모 엔화 매도 포지션이 쌓인 상황에서 청산이 본격화하면 엔화 매수와 달러화 매도가 추가로 발생해 엔/달러 환율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
일본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약세를 보이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2엔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엔화 강세가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장기적인 엔저 흐름의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물가 지표에 따라 미국의 금리 경로와 미일 금리 차에 대한 전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