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뛰자 정부·기업·가계 모두 ‘패닉’…이 사람들은 오히려 웃는다

신규 채권 투자자 등 고소득층은 국채금리 상승에 수혜 가능성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 금융상품 투자자도 이익
3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 4.761%…2년물은 4.33%
9월 금리동결 기대에 2·10년물 하락…장기물은 5%대 여전
장기국채 금리 오를수록 주담대·회사채 부담 가중…정부·가계·기업 모두 피해

달러 지폐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로 정부의 부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주택담보대출·자동차대출 등 가계의 이자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규 채권 투자자들은 높아진 금리 덕분에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채권시장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3bp(1bp=0.01%포인트) 내린 4.761%에 마감했다. 지난 2일 장중 4.821%까지 치솟으며 2023년 11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점과 비교하면 상승 탄력은 소폭 둔화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 역시 전날 4.4%를 웃돌다가 4.33%에 장을 마치면서 오름세가 주춤해졌다.

초장기 경제 전망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며 연금이나 초장기 보험 부채 등의 평가 기준으로 사용되는 30년물 미 국채금리는 이날 3bp 이상 내린 5.243%로 정규장을 마감한 뒤 현재 5.252%로 다시 1bp 오르며 5.2%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30년물은 지난달 17∼18일 5.31∼5.33%까지 치솟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장기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 장기 자금 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준거 금리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가계로서는 주택 구매나 대출 상환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기업 역시 투자와 사업 확대에 부담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는 정부는 기존 국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더 높은 금리로 새로운 국채를 발행해 기존 빚을 차환해야 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래리 홀젠탈러 캐털리스트펀즈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자동차 할부금과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에 월급의 어느 정도를 쓰느냐를 보면 저소득층이 부유층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은 저소득층에 더 크게 집중되는 반면, 고소득층은 높은 예금금리와 이자수익의 혜택을 볼 수 있어 금리 상승의 상대적 수혜자로 꼽힌다. 이들은 늘어난 월 상환액도 상대적으로 감당하기 쉽다.

미국 ABC 뉴스는 “고정금리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고 더 높은 금리로 차환이 이뤄질수록 충격은 점진적으로 커질 수 있다”면서 “저소득층 소비가 위축되면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 채권을 매수하는 투자자 역시 금리 상승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고금리로 높아진 이자로 인해 채권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손실을 완충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도이체방크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향후 1년 동안 약 5.5%까지 오르더라도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자본손실이 채권 이자를 웃돌지는 않을 것으로 추산했다.

홀젠탈러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소비자의 K자형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머니마켓펀드(MMF)나 고금리 저축 계좌 등 비교적 안전한 금융상품의 금리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지만 예금이나 비교적 안전한 금융상품에 돈을 넣어둔 소비자는 더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MMF는 정부나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단기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ABC 뉴스는 “대출을 많이 한 가계에는 부담이 커지는 반면, 현금성 자산이나 예금을 많이 보유한 소비자에게는 더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엇갈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