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적 히트, ‘쿨재팬’은 대참패…5천억 날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한국의 K팝과 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잇따라 히트하는 동안, 일본의 ‘쿨재팬’ 정책은 5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내면서 ‘대참패’했다는 일본 언론의 비판이 나왔다.

일본 IT미디어 비즈니스 온라인은 2일 ‘왜 한국은 세계에서 히트를 연발하고 일본은 540억엔을 녹였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의 쿨재팬 정책을 분석하며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만화(망가)와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음악, 음식, 패션, 전통문화, 관광 등을 해외에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겠다는 목표로 아베 신조 정권 당시인 2013년 ‘쿨재팬기구’를 설립했다.

그러나 출범 이후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누적 적자가 2025회계연도 기준 약 540억엔(약 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결국 쿨재팬기구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IT미디어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도 이를 해외에 알리기 위한 관민펀드가 540억엔의 손실을 낸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쿨재팬기구의 투자 대상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바이오 섬유 벤처기업 ‘스파이버’를 들었다. 쿨재팬기구는 이 회사에 140억엔을 출자했지만, 스파이버는 약 360억엔의 부채를 안고 청산됐다.

이밖에 테마파크 개발업체 ‘도라’에 80억엔, 교육 플랫폼 ‘러프&피스 마더’에 31억엔을 출자했지만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는 쿨재팬기구가 애니메이션·만화 등 콘텐츠뿐 아니라 바이오·교육·테마파크 등 다양한 분야에 자금을 분산한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쿨재팬은커녕 ‘바라마키재팬’”이라고 표현했다. ‘바라마키’는 정부가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여러 분야에 돈을 나눠주는 ‘살포식 지원’을 뜻한다.

반면 한국은 엔터테인먼트와 화장품 등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한류 정책 역시 엔터테인먼트와 화장품 등 특정 산업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BTS)과 르세라핌 등 스타를 보유한 ‘하이브’와 세계적 히트를 연발하는 아시아 최대급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등이 성장했다고 매체는 평가했다.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 배경으로는 양국의 경제·산업 구조를 꼽았다.

한국은 일본보다 인구가 적고 내수시장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해외 시장을 겨냥한 산업 육성이 중요했던 반면, 일본은 약 1억2000만명의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자동차와 소재, 식품 등 다양한 산업을 국내에서 육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매체는 일본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할 때 특정 소수 산업에 집중하기보다 더 많은 산업과 종사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공평한 지원’이 오히려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