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164 대 반대 1…‘유엔 결의안’에 홀로 반대한 美 “따개비 같은 결의”

[AP]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세계지도를 바꾸자는 유엔 결의안에 미국이 홀로 반대표를 던졌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총회는 이날 뉴욕 본부 제114차 본회의에서 ‘지도 바로잡기’(A/80/L.104) 결의안을 찬성 164, 반대 1, 기권 6으로 채택했다. 기권한 나라는 에스토니아, 조지아, 리투아니아, 몰도바, 세르비아, 우크라이나다.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결의안은 지도 비율을 바로잡자는 무해한 시도인 척하고 있다”며 “미국이 보기에 이건 훨씬 크고 급진적인 이념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말했다.

왈츠 대사는 “이런 결의안과 여기 실린 이념적 의제는 우리 일에 들러붙은 따개비이자 유엔이 신뢰를 잃는 이유”라며 “유엔이 왜 세계에서 정당성을 잃고 매번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바로 이런 결의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의안은 대륙의 크기 비교가 중요한 영역에서 2018년 나온 이퀄어스(Equal Earth) 도법 같은 같은 면적 지도를 쓰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구속력은 없고 메르카토르 도법 사용을 금지하지도 않는다.

[로이터]


결의안을 주도한 로베르 뒤세 토고 외무장관은 “지도의 왜곡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며 “아프리카를 비롯한 지역의 크기를 상징적으로 축소시켰고 세계 지리에 대한 불균형한 시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뒤세 장관은 “이 논의는 정치적 논의가 아니라 과학적 논의다. 과학적 증거가 있으니 우리 모두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안드리 멜니크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표결에 기권하면서 “이퀄어스 지도는 러시아가 일시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표시하고 있다”며 영토 표기를 문제 삼았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파리 소르본대 연설에서 “메르카토르 도법을 버리고 실제 면적에 더 충실한 표현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표결 뒤 엑스(X·옛 트위터)에 “지도를 바꾼다고 세계가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세계를 왜곡하는 표현을 바로잡는 것은 그 자체로 진실의 행위”라고 적었다.

이퀄어스 지도. [AFP·EQUAL EARTH·HANDOUT]


메르카토르 도법은 플랑드르 지도학자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가 1569년 항해용으로 만들었다. 극지방에 가까운 땅덩어리가 부풀어 보이는 탓에 그린란드가 아프리카와 비슷한 크기로 그려지지만, 실제 아프리카는 약 14배 넓다.

캠페인을 이끈 모키 마쿠라 아프리카노필터 이사장은 “지금 지도에 그려진 아프리카의 크기는 틀렸다”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허위정보 캠페인이고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연합(AU)은 “이퀄어스 같은 같은 면적 지도를 교실과 언론, 국제기구로 확산시켜 세계지도가 마침내 아프리카의 실제 규모와 위상을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어 각국 정부와 교육계, 기술기업의 자발적 조치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