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걱정했는데 ‘역대급 돈잔치’…美기업 이익 53% 껑충, 왜?[디브리핑]

S&P500 2분기 주당순익 53%↑·매출 16%↑
일회성 빅테크 투자이익 빼도 2021년 이후 최대 증가
관세 환급 ‘뜻밖의 횡재’…실적전망 상향 기업, 하향의 2배


뉴욕증권거래소 [연합]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대기업들의 이익이 2분기 50% 넘게 폭증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예상보다 강한 소비에 더해 과거 납부했던 관세를 돌려받는 ‘관세 환급’까지 겹치면서다. 고금리와 고유가에도 미국 기업의 이익 창출력이 오히려 강해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와 기업 실적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정보업체 LSEG 자료를 분석한 결과 S&P500 기업들의 올해 2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5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약 16% 늘었다.

아마존과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자산에서 거둔 대규모 일회성 이익이 전체 증가율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빅테크의 투자 이익을 제외하더라도 S&P500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2021년 가을 이후 가장 높았다. 매출 증가율 역시 수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기업의 일회성 ‘착시’를 빼더라도 미국 기업 전반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도 현재의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분기 실적 전망을 상향한 기업 수는 전망을 낮춘 기업보다 거의 2배 많았다. 실적 전망을 낮춘 기업이 더 많았던 지난해와 정반대 흐름이다.

이번 실적 호조의 특징은 AI 투자와 소비라는 기존 성장 동력에 ‘관세 환급’이라는 예상 밖의 변수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들은 과거 납부했던 관세 일부를 돌려받으면서 비용 감소와 순이익 증가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환급금을 소비자 가격 인하보다는 이익 확대에 반영하면서 관세 환급이 기업 마진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세 환급 효과는 기업 실적을 넘어 미국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관세 환급이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을 약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예상하는 4~5% 수준의 성장률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을 일회성 환급 효과가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기업별 실적에서도 이 같은 효과가 확인된다. 의류업체 애버크롬비앤피치는 소비자들이 할인 폭 축소에도 구매를 이어간 데다 약 1억2000만달러의 관세 환급까지 더해지면서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했다. 로버트 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본 사업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피트니스 기기 업체 가민도 지난달 말 7월로 끝난 분기에 2100만달러의 관세를 돌려받아 이익률이 높아졌다. 맥케슨과 찰스리버래버러토리스 등 헬스케어 기업부터 식품업체 JM스머커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관세 환급 효과가 나타났다.

[연합]


기업 이익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국의 소비다. 고유가와 장기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에도 소비자들은 가전제품과 장난감, 의류 등에 지출을 이어가고 있다.

중저소득층 소비자가 많이 찾는 달러제너럴은 5분기 연속 매장 방문객 증가를 기록했고 기존점 매출은 3.5% 늘었다. 베스트바이도 컴퓨터와 TV, AI 기능이 탑재된 안경 등의 판매 호조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타겟 역시 장난감·식품·미용제품 판매 증가와 관세 환급 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

다만 ‘기업 호황=미국 소비자의 호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호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매판매 지표는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8월 소비자신뢰지수도 향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재정 압박은 여전히 크다.

토드 바소스 달러제너럴 최고경영자(CEO)는 “핵심 고객들은 여전히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월마트의 매장과 온라인 채널 매출 증가율 역시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월마트는 약 29억달러의 관세 환급금 일부를 가격 인하에 활용하며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CFO는 “2월과 비교하면 소비 환경이 다소 위축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출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 기업의 ‘이익 53% 폭증’은 AI 투자 붐과 견조한 소비라는 구조적 동력 위에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효과가 겹쳐 만들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당장은 기업 실적과 경제성장률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지만 관세 환급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지금과 같은 이익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약화될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AI 투자와 주가 상승, 소비자 소득 증가세가 이어지는 한 소비도 버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AI가 현재의 막대한 투자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소비가 본격적으로 둔화할 경우 기업 실적을 떠받쳐온 두 축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관세 환급이라는 ‘뜻밖의 보너스’까지 소진된 이후가 미국 기업들의 진짜 실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