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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마저 대형 호재 발표 이후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두산퓨얼셀과 삼성물산 등에서도 호재 발표 뒤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셀온(Sell-on)’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호재 발표 전부터 기대가 높아진 데다 외국인·기관의 매수세까지 약해지면서 호재가 신규 매수로 이어지기보다 기존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알테오젠은 전 거래일보다 5.19% 하락한 28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알테오젠은 지난 2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ALT-B4를 적용한 복수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독점 옵션·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옵션 행사와 개발·상업화 마일스톤 달성 시 최대 32억2300만달러(약 4조4165억원)를 받는 대형 계약이지만 주가는 발표 당일 0.83% 하락한 데 이어 이튿날 낙폭을 키웠다.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지난 3일 스웨덴 원전 기업 스투드스빅이 주관하는 총 1.2GW 규모 소형모듈원자로(SMR) 프로젝트에 GE 버노바 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GVH)와 공동 EPC(설계·조달·시공)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이날 주가는 0.27% 하락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2일 하이엑시엄과 미국 AI 데이터센터에 공급될 5014억원 규모 인산형 연료전지(PAF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주가는 12.74% 급락했다. 이튿날인 3일에도 0.78% 오르는 데 그쳐 전날 낙폭을 만회하지 못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1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1조722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지만 이날 주가는 1.92% 하락했다. 이어 2일 2.10%, 3일 3.71% 내리며 공시 이후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의 MLCC 장기공급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셀온이 나타난 종목들은 호재 발표 전부터 주가가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호재 발표 직전까지 두산퓨얼셀은 73.99% 급등했다. 같은 기준으로 알테오젠과 삼성전기도 각각 25.87%, 23.45% 올랐고 삼성물산도 13.37% 상승했다. 호재가 나오기 전에 주가가 이미 크게 오른 만큼 발표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과 기관의 거센 매도세도 ‘셀온’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4조5934억원, 기관은 7조8721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두 투자주체가 팔아치운 금액은 합쳐 22조4655억원에 달했다. 특히 최근 5거래일 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2174억원, 4조6250억원을 순매도했다. 합산 순매도액은 8조8424억원에 달했다. 호재 발표 전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이를 추가로 끌어올릴 외국인·기관의 매수세마저 약해진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호재성 공시 자체만 보면 호재로 작용하는 게 타당하지만 사전에 높아진 기대치와 외국인·기관의 매수 여력 약화가 맞물리면서 신규 매수보다 기존 보유자의 차익실현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총 1위 삼성전자도 앞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장 마감 후 올해 약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시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24~2026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기존 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다음 거래일인 지난달 24일 주가는 8.7% 급락했다. 당시에도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가 발표 전부터 주가에 반영되면서 실제 방안이 나오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점이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꼽혔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도 최근 셀온 현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장중 4.8%를 넘어서는 등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높아진다. 그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온 성장주의 주가에는 불리하다. 최근 셀온이 나타난 기업 상당수가 성장주라는 점에서 장기금리 상승도 주가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셀온 현상을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문제라기보다 수급과 대외 여건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한 연구원은 “증시 전반에 걸친 수급 환경 및 멀티플 회복을 통해 개별 호재를 주가가 다시 정상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할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 장기물 시장 급등세의 추가 진정과 유가 레벨 다운이 우선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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