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종사건 전수조사 맹탕이었다…경찰, 사망 종결 실종자 기록 복구 불가능 [세상&]

경찰청 “실종자 사망 처리하면 시스템상 자료 산출 불가”


지난달 26일 경찰이 사건을 은폐한 사이 사망한 채 발견된 장미란(37)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농장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제주에서 경찰이 실종자의 생사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사망 처리하고 사건을 은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전산에서 삭제되거나 입력되지 않은 실종사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한번 사망으로 종결된 실종사건은 관련 기록이 일체 삭제돼 복구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돼 전수조사에 대한 실효성 우려가 제기된다.

4일 경찰청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실종자 사망 종결 시 시스템상 자료가 삭제되며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시스템에서 사망 처리된 실종사건의 담당자와 경찰관서, 사건 등록일자, 사망 종결 이후 생존이 확인되거나 재신고된 이력 등을 묻는 국회 질의에 “사망 종결 시 시스템상 자료가 삭제돼 산출이 불가능하다”고만 답했다.

삭제된 기록의 전체 규모는 물론 누가 어떤 경위로 사건을 사망 처리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어 경찰이 진행하고 있는 전수조사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제주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37) 씨의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34) 경장이 전산 기록을 삭제한 정황은 부 경장의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일 언론 브리핑에서 “부 경장에게 통화 내역 등을 제시하자 자신이 시스템에 허위 내용을 입력해 기록을 삭제하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부 경장은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지 2시간 30분여 만에 장씨를 ‘교통사고 사망’으로 시스템에 허위 입력해 종결 처리했다. 장씨는 제대로 된 수색 절차도 없이 경찰이 관리하는 실종자 목록에서 삭제된 셈이다. 부 경장은 장씨의 신고자에게는 ‘장씨와 통화했고 본인이 위치를 밝히기를 거부한다’는 취지로 거짓 설명했다.

부 경장이 제주서부서 실종수사팀에서 1년 4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혼자서 마무리한 실종사건은 298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시스템에 기록이 남아 있는 사건은 235건이었다. 나머지 63건은 기록이 삭제됐거나 입력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장씨의 사건도 포함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 경장이 처리한 실종사건을 포함해 전국 실종사건을 재조사하는 경찰은 현재까지 문제있는 사례가 추가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24일 전수조사를 지시한 뒤로 28일까지 1만5100여 건을 점검했다”며 “지금까지 문제가 있다고 보고된 사건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연일 실종사건 대응 체계를 전면 쇄신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3일 부임 첫날 일정으로 제주를 찾아 부 경장이 은폐한 또 다른 실종사건 피해자인 60대 남성의 유족을 만났다. 김 직무대행은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수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실종 포함 경찰 업무 전반에 걸쳐 새로 집을 짓는단 생각으로 기초부터 다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