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기준 미달 코스닥 기업 ‘안도’...흑자기업 선별 등 추가대책 주목

상장사 상폐기준 6개월 유예
증시 하락세에 시총 미달 기업 속출
성장 가능성 기업까지 상폐위기 직면


정부가 상장폐지 시가총액 추가 상향 시기를 6개월 유예하면서 코스닥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기류이다. 시간은 일단 벌었지만, 그사이 나올 추가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흑자 기업에 일정 기간 개선 기회를 제공하거나 기업 가치 제고 방안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식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시총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 상장하는 방안도 발표하는 등 세부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4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F4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일정 재무요건을 갖춘 기업의 경우 시가총액에 미달하더라도,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상폐 시총 기준 추가 상향 역시 6개월 유예한다. 이 같은 완화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상향된 상폐 기준을 두고 법정공방이 발생한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상장사 3곳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관리종목지정·상폐 결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조기 시행된 시총 상장규정이 위법하다는 취지에서다. 해당 기업들은 상폐 기준금액 산출의 근거, 이를 앞당겨 시행한 절차의 정당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에서 상장사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미 상향 적용된 상폐기준을 두고 또 다른 상장사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이날 정부는 일정 재무요건을 갖춘 기업은 정리매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코넥스로 이전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정리매매는 상폐가 결정된 종목을 투자자들이 마지막으로 사고팔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거래를 허용하는 절차다.

지난 7월1일 이후 시총 미달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며, 이전상장을 거래소에 신청한 기업들이 대상이다. 최근 3개년도 중 2개년도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거나, 최근 3개년도 중 1개년도의 영업이익이 흑자이면서 자기자본이 2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단, 자본잠식 기업은 제외 대상이다. 정리매매 없이 기존가격을 유지한 채 코넥스로 이전 상장해 상폐 충격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코넥스는 코스피·코스닥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주식시장이다.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정리매매 대신 코넥스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해 상폐에 따른 충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퇴출 기로에 놓인 기업들은 이번 발표에 안도하면서도 코넥스에서 다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등에 대해 아쉬움을 호소했다. 실제 올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한건도 없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매년 줄고 있다. 이전 상장 기업은 2021년 13곳에서 2022년 6곳, 2023년 7곳, 2024년 4곳, 2025년 4곳으로 매년 감소세를 이어왔다.

올해는 이전상장 뿐만 아니라 신규 상장까지 저조한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에스테크엠, 송우인포텍, 나노솔루션 등 3곳에 불과하다.

한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내년 시총 상향이 유예된 점은 다행이지만 아쉬움은 남는다”며 “코넥스로 이전한 기업이 다시 코스닥으로 돌아오려면 재상장 절차를 밟아야 하는 데다 코넥스는 거래량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흑자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개선 기회를 주거나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뒤 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 상폐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스닥은 1·2부 승강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는데 시총 기준에 미달한 기업은 다시 코넥스로 이전하는 구조까지 더해지면 시장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진다”고 지적했다.

김지윤·문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