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전환·근무지 변경은 교섭…공공기관 이전 노사갈등 예고

이전·통폐합, 경영상 판단 교섭 제외
수당 등 근로조건 바뀌면 가능해져
지침근거 교섭거부 적법성 보장안돼


정부가 내년부터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본격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전에 따른 직원 배치전환과 근무지 변경 등이 노사 교섭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공기관 이전 결정 자체는 노사 간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실제 이전 과정에서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 변화가 발생하면 해당 부분은 교섭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4일 고용노동부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는 공장 신설·해외 투자·생산기지 이전 자체에 대한 반대나 철회 요구를 의무적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반면 구체적인 인력운영계획이 확인돼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관련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장이나 사업장 이전의 경우 이전 결정의 철회·반대나 이전 지역·시기 등은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과 근무형태 변경, 근무지 이전에 따른 수당·통근비·이주비 지원 등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전날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곳에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적용해 올해 4분기 중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이 정해지면 배치전환 기준과 근무지 변경, 이전에 따른 지원 방안 등이 개별기관의 교섭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이미 현실화했다. 노동계는 이전·통폐합 방안의 수립 과정과 고용 대책에도 반발하고 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당사자 협의와 사회적 공론화가 부족했던 점을 지적하며 총정원·총고용 보장과 노동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예산 및 총인건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전날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공공기관과 미지정 기관 등 190여곳을 통합·분할하거나 기능을 조정해 기관 수를 109개 줄이겠다고 밝혔다. 발전공기업 5개사와 지역별 항만공사 4곳을 각각 하나로 통합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합친다. 대한석탄공사는 부채 처리와 관련 법 개정을 거쳐 청산한다.

통폐합 결정 자체는 사업경영상 결정인 만큼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고용승계나 인력 감축, 배치전환, 기존 근로조건 변경 등이 구체화되면 관련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임원을 제외한 통폐합 기관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폐합 전후 보수와 복리후생 등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용승계가 모든 근로조건의 유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발전 5사 통합안에는 ‘중복인력의 효율화’가, 항만공사 통합안은 기존 공사를 통합법인의 지역지사로 개편토록 했다. 고용과 보수가 유지되더라도 담당 업무와 소속 조직, 근무지는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인력운영계획이 얼마나 구체화됐는지를 노사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아직 배치전환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고, 노조는 이전·통폐합 방침만으로도 직무와 근무지 변화가 충분히 예상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노동부는 지침을 노동쟁의 조정과 부당노동행위 사건 처리의 기준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닌 요구에 대해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정부의 사건 처리 기준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별개다. 대법원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은 일반적으로 법원이나 국민을 구속하지 않으며, 그 기준에 부합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분의 적법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공공기관이 지침에 따라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소송에서는 법령과 실제 요구 내용, 예상되는 근로조건 변화 등을 토대로 별도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