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세대출 조이자 인터넷은행으로 몰렸다

5대 은행 전세대출 8개월째 감소
7~8월에만 1.2조 줄며 감소 가속
인뱅 보증대출 흡수…‘풍선 효과’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12개월 연속 감소하며 연초보다 2조6000억원 넘게 줄었다. 시중은행이 7~8월 들어 전월세대출 문턱을 높이는 사이, 이탈한 수요 일부가 인터넷은행으로 옮겨가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8월 말 은행재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19조99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122조6500억원)보다 2조6615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8월 말 123조725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12개월 내리 줄어든 것이다.

감소세는 최근 두 달 사이 부쩍 가팔라졌다. 올해 감소분의 절반 가까운 1조1966억원이 7~8월에 집중됐다. 전월 대비 감소율도 7월 0.51%, 8월 0.48%로, 연초 0.08~0.15% 수준의 서너 배에 달했다.

이렇게 빠져나간 수요의 일부는 인터넷은행이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의 전월세보증금대출 잔액은 2분기 말(6월 말) 합산 6조5886억원으로, 1분기 말(6조3764억원)보다 2122억원(3.3%) 늘었다. 시중은행이 전세대출을 조이는 동안 두 인터넷은행은 잔액을 불린 셈이다.

다만 인터넷은행 내부에서도 흐름은 엇갈렸다. 3사 가운데 잔액이 가장 큰 카카오뱅크의 전월세대출 잔액은 1분기 11조원에서 2분기 10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 3사 합산 잔액은 소폭 감소했다.

금리 차이도 수요 이동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8월 전세자금대출 평균금리는 카카오뱅크 3.98%, 케이뱅크 4.19%, 토스뱅크 4.21%로, 국민은행 4.20%, 하나·우리은행 4.26%, 신한은행 4.42%, 농협은행 4.44%인 시중은행보다 대체로 낮았다. 공시 금리는 해당 월에 주택금융공사(HF) 보증서를 담보로 취급된 전세대출의 평균금리다.

이런 흐름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 속에 시중은행이 전월세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에 무게를 싣고, 인터넷은행은 그 반사이익으로 전세자금대출이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흡수해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전월세대출은 일반 신용대출보다 건전성 관리가 수월한 측면이 있다”며 “건전성 개선 과제를 안은 은행이라면 시중은행에서 빠져나온 수요를 받아 전세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포트폴리오 조정 전략을 짰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