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사업장 없고, 자금조달 부담만 키워
영업정지 소송 건설사도 부담 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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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한 주택 재건축 공사현장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부실시공 등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벌점이 누적된 시공사에게 적용되던 ‘선분양 제한’을 푸는 방안이 추진된다. 부실시공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제도 취지와 달리 실제 선분양이 제한된 사례가 없고, 오히려 사업주체의 자금난을 심화시켜 공급지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8년만에 선분양 제한 족쇄가 풀릴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인 시공사들도 부담을 덜 전망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10명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총 11명은 지난달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입주자 모집 시기에 관한 주요 사항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동시에 선분양 제한 사유에서 시공사의 영업정지 처분과 건설기술진흥법상 벌점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대지 소유권을 확보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분양보증을 받으면 일반적으로 착공 이후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다만 사업주체 또는 시공자가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벌점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입주자 모집 시기가 늦춰진다. 영업정지 기간과 벌점 수준 등에 따라 골조공사 등 일정 공정까지 공사를 진행한 뒤 분양하도록 한다.
선분양이 제한되면 사업주체는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대금을 사업비로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나 자체 자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분양 시점이 늦어지는 만큼 공사비를 장기간 선투입해야 하고, 시공사 역시 공사대금 회수 지연이나 금융보증 부담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시행규칙에 규정된 선분양 요건을 주택법에 직접 명시하는 한편, 입주자 모집 시기를 늦추는 사유에서 시공사의 영업정지 처분과 건설기술진흥법상 벌점을 제외하도록 했다.
분양 시기를 제한하는 대상은 사업주체가 주택법에 따른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로 좁혔다. 이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면 시공사가 부실시공 등으로 영업정지를 받거나 건설기술진흥법상 벌점이 누적되더라도 해당 주택사업의 사업주체가 별도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지 않았다면 이를 이유로 입주자 모집 시기를 늦추지 않아도 된다.
현행 제도는 부실시공 업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 확대됐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아파트 부실시공에 따른 입주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선분양 제한 대상을 사업주체뿐 아니라 시공사까지 확대하고 건설기술진흥법상 벌점도 분양 시기와 연계했다. 관련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은 같은 해 9월 시행됐다.
다만 2018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공사의 영업정지 처분이나 건설기술진흥법상 벌점을 이유로 입주자 모집 시기가 제한된 주택사업장은 현재까지 0곳이다.
실제 대형 건설사가 현행 제도상 선분양 제한과 연계될 수 있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는 있었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2024년 국토부로부터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다만 GS건설이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실제 선분양 제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IPARK현대산업개발도 광주 학동 붕괴 사고와 관련한 부실시공으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집행정지 결정으로 실제 처분은 집행되지 않았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한 영업정지 처분 역시 집행정지 상태다. 학동 사고 관련 처분 취소소송은 2심이 진행 중이고, 화정 사고 관련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처럼 영업정지 처분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인 건설사도 일부 부담을 덜 전망이다. 개정안 부칙은 법 시행 이전 시공자가 받은 영업정지 처분이라도 시행 당시 처분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개정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영업정지 처분이 법 시행 시점까지 확정되지 않는다면, 이후 처분이 확정되더라도 시공사 영업정지를 이유로 한 주택사업의 선분양 제한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법안 발의 측은 주택법상 주택사업의 책임주체는 시행사나 조합 등 사업주체인데 시공자가 받은 영업정지를 이유로 사업주체의 입주자 모집 시기까지 제한하는 것은 법 체계상 정당성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기술진흥법상 벌점을 별도 법률인 주택법에 따른 분양 규제에 활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후분양에 따른 사업주체의 자금조달 부담도 개정 배경으로 제시됐다. 개정안은 후분양 규제가 사업주체가 분양을 통해 건설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입주자 모집 시기와 같은 중요 사항을 시행규칙이 아닌 법률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행 선분양 제한 제도가 건설사의 자금조달 구조를 고려할 때 제재 강도가 지나치게 높고 다른 규제와 중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선분양 제한은 분양대금을 통해 건설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주택건설업계 구조상 대형 건설사에도 상당히 강한 제재”라며 “중대재해처벌법 등 시공사를 둘러싼 여러 규제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이중규제 성격이 있기때문에 실효성이 낮은 제도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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