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사로잡은 ‘장르소설’…이젠 주류로

상반기 SF 소설 판매 전년비 3배 껑충
천선란·김초엽·문목하 등 젊은 작가 인기
구매자 중 절반 이상이 2030 젊은 독자


지난 7월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순수문학이 주류를 이루던 출판계에서 마니아층의 향유물로 여겨져 온 ‘장르문학’이 2030 젊은 독자층의 지지를 받으며 주류로 올라섰다. 해외 화제작이 시장의 저변을 넓힌 가운데, 국내의 젊은 작가들도 활약하며 새로운 독자층을 흡수하는 모습이다.

장르소설 중에서도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분야는 SF(과학 소설)와 공포, 스릴러 등이다. 3일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F 소설 판매 금액은 13억2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억4400만원 대비 약 3배가량 뛰었다. 2024년 10억2600만원이던 SF 소설 판매 금액은 2025년 13억1900만원으로 늘어난 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지난해 연간 규모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SF 소설은 올 상반기 ‘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화와 함께 앤디 위어의 전작까지 주목받으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0.4% 늘었다. 공포·스릴러 소설 역시 2025년 44.5%, 2026년 상반기 6.1%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해외 화제작이 SF 소설 시장 성장을 견인한 가운데, 국내 젊은 작가들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SF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 중 5권, 올 상반기 4권을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지구 끝의 온실’, 문목하의 ‘돌이킬 수 있는’ 등의 작품이 석권했다. 팬층이 두터운 김초엽 작가는 지난달 초 출간한 ‘태양 아래 올리브’도 4주 연속 SF 분야 2위에 올렸다.

공포·스릴러 분야에서는 조예은 작가의 작품이 오랜 기간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작 ‘칵테일, 러브, 좀비’는 출간 6년 차인 올 상반기에도 해당 분야 베스트셀러 9위 자리를 지켰다. 신작뿐 아니라 수년이 지난 작품까지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작가의 일시적 흥행이 아닌 장르소설 전반의 상승세로 풀이된다.

주요 장르 소설 2030세대 판매 증감률. [자료=예스24]


장르소설의 인기는 2030 젊은 독자들이 견인했다. 문목하의 2018년작 ‘돌이킬 수 있는’의 경우 2030세대의 판매량이 2024년 136.8% 급증한 데 이어 2025년 11.1%, 올 상반기 34.2%로 꾸준히 늘어났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2020)도 같은 기간 16.3%, 39.5%, 15.3%씩 증가세를 이어갔다.

조예은의 ‘트로피컬 나이트’(2022)와 이하진의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2024) 역시 지난해 2030세대 구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59.2%, 188.2%씩 늘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새로운 독자를 유입시키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젊은 독자들은 기존 작품뿐 아니라 신작까지 찾아 읽고 있다. 지난 2월 출간된 무경의 ‘1939년 명성아파트’와 지난 4월 나온 김초엽의 ‘해파리 만개’의 2030세대 구매 비율은 각각 40.7%, 47.2%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소설·시·희곡 분야 전체 평균 2030세대 비율(28.1%)을 크게 웃돈 수준이다.

장르소설을 향한 독자들의 팬심은 투표에서도 드러났다. 매년 20만명 이상 참여하는 예스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는 2021년 김초엽, 2022년 천선란, 2025년 조예은 등 장르소설을 주로 써 온 작가들이 연이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청예 ‘오렌지와 빵칼’ 구매 연령비. [자료=예스24]


청예 역시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장르 작가 중 한 명이다. 2024년부터 3년 연속 미래 젊은 작가 후보에 이름을 올려온 그는 올해 23만8824명의 투표 참여자 중 2만7145표(8.3%)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청예의 대표작 ‘오렌지와 빵칼’은 2024년 7월 출간 직후 예스24 SF 소설 분야 7위에 오른 뒤 9개월 연속 20위권을 유지했고, 지난 6월 출간한 신작 ‘주와 연’도 7월 1주 차부터 2주 연속 장르소설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다. ‘오렌지와 빵칼’ 구매자 중 2030세대의 비율은 2024년 44.2%에서 2025년 53.4%, 올 상반기 54.4%로 점점 확대되는 모습이다.

구매와 투표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2030세대 독자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다채롭게 선보이는 젊은 작가들의 활약으로 장르소설은 이제 마니아만을 위한 작품이 아닌, 대중이 사랑하는 주류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유리 예스24 소설·시·희곡 PD는 “최근 장르소설은 기존 마니아 독자층을 넘어 대중적인 독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며 “SF, 공포·스릴러, 추리·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젊은 작가들이 참신한 세계관과 현실적인 고민을 결합한 작품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