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먼저 정하고 점수 맞춰”…대통령실 前비서관 자녀 학폭위 절차 위반

학급교체 결정한 뒤 평가점수 부여
장학사, 조치 수위 놓고 심의에 부당 관여
통신기록 확보 못해 통화 상대 특정 실패
감사원 “외부 개입 여부 단정 어려워”

감사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윤석열 정부 당시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정해진 심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학폭위 간사가 조치 수위에 관한 의견을 반복적으로 밝히며 심의에 부당하게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다만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외압 의혹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감사원은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김 전 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사건 축소 및 은폐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2023년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김 전 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해 사건이 축소됐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감사원에 관련 의혹 규명을 요구하면서 감사가 이뤄졌다.

감사원이 들여다본 결과 성남교육지원청 학폭위의 심의 과정에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학폭위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 등 기본 판단요소를 먼저 평가한 뒤 이를 토대로 조치 수준을 결정하고, 필요하면 위원 과반수 의결을 거쳐 조치를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학폭위는 이 같은 순서를 따르지 않았다. 먼저 가해 학생에 대한 ‘학급교체’ 조치를 정한 뒤 해당 결론에 맞도록 항목별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심의를 진행한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학폭위 간사였던 장학사 A씨의 행동도 문제로 지적됐다. A씨는 심의 과정에서 가해 학생에게 어느 수준의 조치를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뿐 아니라 외부 인사의 의견까지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를 학폭위원들의 독립적인 심의에 부당하게 관여한 행위로 봤다.

다만 이런 절차상 문제와 별개로 김 전 비서관 측이나 대통령실 등 외부에서 사건 처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은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당시 학폭위원들을 상대로 대면·서면조사를 진행하고 통신기록 등 관련 자료도 검토했지만 외압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A씨가 학폭위 회의 도중 통화했다고 알려진 이른바 ‘과장’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도 실패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렸고, 시간이 지나 통신기록 보관기간이 끝나면서 누구와 통화했는지를 확인할 자료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감사원은 절차가 부적절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배경에 외부 개입이 있었다고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유사 사례를 검토한 결과 해당 사건의 조치 사항이 형평성을 결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확인된 증거나 진술 자료로는 학폭위 심의·의결 과정에 외부의 개입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